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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한국기업] '노동착취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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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한국기업] '노동착취 망신'

입력
1999.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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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자유수출지역인 수라바야에 있는 한 한국기업은 최근 법적으로 한달에 이틀씩 법으로 규정된 생리휴가를 인정하지 않은채 생리휴가를 요구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생리대를 직접 꺼내 보이도록 강요했다. 이에 분개한 여성노동자들은 집단적으로 한국 관리자를 찾아 생리대를 꺼내 보이며 생리휴가를 주장하고 성희롱에 대해 항의했다.인도네시아내의 또다른 한국기업의 한국인 반장은 퇴근하려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출퇴근시간 기록용 카드를 땅바닥에 흩뿌렸다. 이에 여성노동자들이 자신의 카드를 찾으려고 우왕좌왕하자 반장은 『너희들은 모이를 쪼아 먹으려는 닭같다』고 모욕해 여성노동자들이 크게 항의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굴지 그룹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인 M사에서는 지난달 노동자들이 17달러인 월급 인상과 기본적인 식대와 교통비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파업 10일만에 군대와 경찰, 구사대들에 의해 강제 진압됐으며 1,200명이 대량 해고됐다.

최근 「세계화에 반대하는 동남아 여성노동자 캠페인」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아시아여성위원회 소속 동남아시아 노동자와 노동운동가들은 한국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유린 실상을 눈물로 밝혔다.

이같은 노동탄압이 이어지자 인도네시아 노동자들 사이에는 『70년대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했던 것과 똑같이 이젠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인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해외진출 기업의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중남미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 니카라과에 진출한 한 의류생산업체는 여성노동자들에게 하루 2차례만 화장실을 가도록 강요하고 일요일도 없이 하루 15시간 근무를 하게 한뒤 티셔츠 4∼5벌 정도의 월급만 주는 노동착취를 하고 있다.

또 맥시코에 진출한 대기업 협력업체 H사는 지난해 조직적으로 노조설립을 방해,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와 노동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모기업 자동차의 불매운동을 결의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대표 이철순(李喆順·46)씨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문제를 보면서 세계화의 허구를 느낀다』면서 『이젠 정부가 문제의 해외진출기업에 대한 국내소환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양준기자yjhwa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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