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종규(39·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교수)씨의 작업은 처음엔 「계단고치기」라는 아주 시시한 일에서 출발했다.경기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에 위치한 양로시설. 80년대 초에 지어진 건물로 이미 비상계단은 낡고 위험해진 상태였다. 『기존 시설의 비상계단을 헐고 새로 설치해달라는 건축주의 요구를 받고 헌집의 한쪽을 고치면서 새집을 지어보기로 했지요』 무료 양로시설과 유료 양로시설 사이의 텃밭. 이 공간에 치매노인을 위한, 지상 2층의 병실 5개짜리 「순애원」병동이 들어선 것이다.
노인들, 그중에서도 치매라는 특수상태에 빠진 노인들을 위해 김씨가 선택한 건물의 처리방식은 「자기집 같은 느낌」. 김씨는 『공간을 새로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기존의 건물들 사이에 유리커튼을 친다는 느낌으로 새 건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시설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 가벼우면서도 투명한 병동건물. 그러면서도 건물의 입면(立面)이 튀어보이지 않도록 고려했다. 어스름하게 기존 건물과 관계를 맺고 있는 황혼노을 같은 건물.
이 건물이 건축계에서 평가받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면에 대한 독특한 분할과 비례 때문이다. 순애원 입면은 마치 아이가 박스를 포개 집짓기 놀이를 한 듯 단순하다. 투명과 불투명, 열림과 담힘, 무거운 바닥과 가벼운 벽….
물론 치매노인들을 위한 기본적인 설치도 빠짐없이 고려됐다. 문을 안에서 잠글 수 없게 했고, 전기스위치를 천정 가까이 설치, 마음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했다. 휠체어가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턱을 없앤 것 등 곳곳에 장애노인을 위한 건축적 고려가 배어나고 있다. 송영주기자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