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월(包越), 초월, 일리(一理), 온생명, 숨, 율려(律呂), 그리고 생명…. 이 생경한 말들은 한국의 철학·사상가, 물리학자들이 최근 새롭게 만들어 낸 철학 개념이다. 아직까지 체계적이고 완전한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지만 21세기 새 철학에 대한 신선하고 도전적인 문제제기다.우리 철학이 솟아오르고 있다 서양의 수입 철학, 동양의 사상에서 더 이상 삶의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의식이 커지면서 새로운 철학을 찾으려는 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시인 김지하는 90년대 초반부터 생명사상을, 최근에는 율려운동을 부르짖고 있다. 인간을 지적·과학적 존재에 한정하지 않고 우주적·영적 존재로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문화운동이다.
사상가 유영모는 「숨」이라는 말을 중심으로 여러 종교의 원리를 아우르는 작업을 했다. 장회익(서울대·물리학과)교수는 「온생명」을 이야기 한다.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전체를 한 생명으로 보고 과학 문화를 정립하자는 뜻이다.
철학자 김용옥씨도 다양한 동·서양 사상과 기, 동양의학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사상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젊은 철학자 김영민(한일장신대)교수는 진리 대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으면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개념인 「일리」를 주장했다.
조동일(서울대) 조혜정(연세대) 교수는 우리식 학문, 우리식 글쓰기를 제기하고 실천하는 학자들이다. 이런 토양 위에서 40대를 전후한 소장 학자들을 중심으로 우리 철학하기, 우리 학문 연구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
학술 심포지엄 우리사상연구소는 20일 오전 9시30분부터 서강대 김대건관에서 「이 땅에서 철학하기_21세기 한국철학의 방향 모색」이라는 학술 심포지엄을 연다. 그동안 개인적인 관심과 탐구의 영역에 머물렀던 우리 철학 연구작업들을 한데 모아 살펴보는 자리다.
몇몇 학자들이 우리식 철학작업과 개념들을 설명하는 논문을 내거나 책을 펴내는 경우는 드문드문 있었지만, 학술대회로 이런 작업을 공개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하기는 처음이다.
심포지엄에서는 김형효(정신문화연구원·철학)교수가 「한국문화·한국사상·한국철학의 반성과 21세기」를, 장회익교수가 「현대과학의 생명이해」를, 김상환(서울대·철학)교수가 「해체론에서 초월론에서」등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연구소는 올해 안에 한 번 더 이런 주제로 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다.
연구소는 심포지엄을 마치고 발표 내용과 다른 글들을 묶어 10월께 책 한 권을 낸다. 이 책에는 21세기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철학의 개념들을 소개하고 대안사상에 대한 생각들을 담을 예정.
이진우(계명대), 이승환(고려대), 한형조(정신문화연구원) 신승환(가톨릭대), 장회익 교수 등이 유학, 생명사상, 과학에서 찾아낸 새로운 개념을 우리 철학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우리사상연구소
가톨릭대 출신 독일 유학파를 중심으로 94년 결성된 모임.
회원은 김치동(서울산업대) 조광(고려대) 이기상(한국외국어대) 조선우(동아대) 박종대(서강대) 성염(〃) 박일영(가톨릭대) 신승환(〃)교수 등 학자들이 주축이고 이동진 전외교안보연구원장도 참여하고 있다.
경기 성남의 이민상 내과의원장이 사재를 출연해 운영. 한국에서의 새로운, 대안적인 신학과 철학을 연구하는 것이 활동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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