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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문화중심에 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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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문화중심에 그들이 있다

입력
1999.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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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누구인가 더 이상 생머리로 나이로 속일 수 없을 때. 여자는 머리를 자르고 웨이브 강한 퍼머를 한다. 세월아, 나는 이제 더 이상 거역할 수 없어 여자는 세월에 백기를 들고 「아줌마」가 된다.아줌마. 국어사전은 「어른인 여자를 친근하게 일컫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아줌마로 불리길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줌마는 아줌마다. 더 이상 「아가씨」가 아니다. 그 반대가 영원히 「아저씨」인 것처럼.

그러나 이 시대 아줌마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결혼을 하고 나이를 먹은 여자」라고 정의할 수 없다. 조금은 통속적이지만, 그래서 인간적인…, 그리고 당당히 자기를 찾는 주체로서의 아줌마다. 아줌마는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여자의 호칭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거대한 문화·사회적 실체이자 집단이다. 「어머니」 「주부」 「아내」로만 설명할 수 없는. 누구는 「제3의 성」이라 불렀다.

▨아줌마, 문화의 중심으로 70년대 문화의 한 가운데 통기타를 둘러멘 대학생들이 있었다. 80년대 지나면서 「오빠부대」로 상징되는 10대들이 주요 문화소비자층으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줌마 군단이 또다른 문화의 중심을 이뤄가고 있다. 그들은 중년의 탐욕과 넉넉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빠글빠글한 퍼머머리에 시원한 수다. 때론 악착같고 때론 소녀처럼 감성적이다. 그리고 문화를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 소리없이 무명가수를 밀리언셀러 가수로 만들고, 극장과 영화관의 객석을 독차지하며, 수도 없는 문화센터의 주역이자 문화상품의 무시할 수 없는 소비자다.

영화 「쉬리」의 강제규 감독은 『아줌마들이 찾지 않았으면 대박이 터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9만 8,000명이 관람, 전시회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현대화랑의 「이중섭전」, 서울 정동극장에서 지난 달 27일부터 공연중인 이윤택 연출, 손숙 출연의 연극 「어머니」의 흥행 역시 아줌마들의 힘이다. 15일까지 20회 공연에 6,200여명이 봤다. 조용필, 김종환, 이선희, 장사익, 패티 김의 라이브 관객 70% 이상은 아줌마군단이다.

▨그러면 왜 페미니즘 잡지 「이프」 편집장 박미라씨. 『아줌마 문화의 붐은 주부들의 「열망」의 다른 모습이다』라고 말한다. 주부들의 문화소비 행위는 「사회적 통로」를 찾으려는 여성들의 몸짓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 낮시간의 여유가 많아졌고, 가사노동의 부담도 줄었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른 남편은 여전히 바쁘다. 빈 집에서 공허감을 느끼는 「빈둥지 증후군」이란 말도 있다. 문화평론가들은 아줌마 문화의 최전선의 기수로 「386세대의 여성」을 꼽기도 한다. 적극적 문화 소비자인 이들은 현장에서 문화를 체험하려는 경향이 크다.

「여성 마케팅」을 주로 하는 동방기획의 유종숙 국장. 『IMF 이후 1년간 50세 이상의 명예퇴직자 가정의 자녀들인 10, 20대의 소비가 줄어 이들을 타깃으로 한 문화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반면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지 않은 30, 40대 여성들이 주요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품인가, 문화인가 사회와 가정에서의 소외감을 문화소비나 문화행위를 통한 대리만족으로 메꾼다는 분석은 이 시대에서도 유효한가? 문화를 향유하는 자들의 연대의식도, 그런 행위를 통한 문화적 생산도 담보되지 않으니 여전히 거품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생산이 예정되지 못했다 해서 문화소비를 쇼핑과 같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욕망이 문화적인 것으로 치환된다면 그것은 아름답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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