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고향 동강의 마지막 봄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회사원 엄삼용(嚴三鎔·31)씨는 직장 대신 동강으로 출퇴근한다. 자비를 들여 만든 「동강살리기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event.or.kr)를 통해 동강의 비경을 알리랴, 환경단체들과 함께 집회 시위에 참석하랴, 현지 수몰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랴 눈코 뜰 새가 없다. 동강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학생과 직장인 주부 교사 등 각계 각층 시민들과 수십차례 동강 래프팅과 답사도 다녀왔다.
경기 안산의 모잉크회사 연구원인 엄씨의 고향은 동강 상류지역인 정선군 신동읍. 산 하나만 넘으면 동강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어 어린시절 친구들과 놀러가 물장구를 치던 곳.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난 후 복잡한 도시생활에 빠져있다 영월댐 건설 소식을 들은 것이 97년 가을. 고향을 영원히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찾아간 동강은 여전히 수려한 경관으로 그를 반겼다. 그는 이때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길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결심했다. 맑은 물에 돌을 파내 산란탑을 쌓는 어름치와 절벽을 낙하하는 비오리, 수억년을 간직한 백룡굴의 신비, 수달의 놀이터를 물속에 잠기게 할 수는 없었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동강의 역사와 어라연 보덕사 낙화암 법흥사 연하계곡 김삿갓계곡 등 그림같은 동강 유역 풍경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있다. 「영월댐 문제」 코너에는 환경 생태 건설 전문가들이 댐 건설 문제점을 분석한 내용들을 모았다. 이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2만5,000여명이나 접속해 동강에 관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외국에 알리기 위해 영문홈페이지 개설도 준비중이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못말리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그는 요즘 환경운동단체와 시민단체 종교계를 연계한 「동강백지화 시민연대」를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동강을 「생물보전권 지역」으로 등록신청까지 했다. 동강 살리기를 위해 결혼조차 미룬 엄씨. 그는 훗날 자신과 우리의 아이들이 동강의 아름다운 산하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지칠줄 모르고 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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