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루카치 「소설이론」).사랑의 송가에서 별은 마음을 보여주는 증표로 곧잘 등장한다. 철학자들은 별을 인생을 밝혀주는 도리로 삼았다. 천문학은 별을 과학으로, 점성학은 미래를 보여주는 표지로 탐구했다. 사람이 볼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 맑고 또렷하게 사물의 본질을 상징하는 것. 별이다. 수많은 인용과 비유, 탐구의 대상이지만 별은 문학적인 수식과, 또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탐구의 영역으로 동떨어져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기우(전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씨가 최근 펴낸 「별과 인간의 일생」은 별의 탄생과 진화를 인간사의 모습과 비교해서 설명한 책이다. 「변화의 섭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인간이 별의 일생으로부터 진지하게 배울 점을 찾고 있는 보기 드문 저술. 난해한 천문학적 수식이나 전문이론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별에 대한 감상적인 이야기로 흐르지 않았다. 학문적으로 별의 생성과 변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 개념을 충분히, 알기 쉽게 곁들이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정년을 5년 남겨 두고 후학들에게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강단을 떠나 화제가 됐다. 명예교수직도 고사했다. 이씨는 『인간의 일생이 인위적인 제도권에서 영위된다 하더라도 제도권이 갖는 여러가지 규범이나 규제 등은 가능한 자연의 운행과 변화 이치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생존을 더 오랫동안, 더 보람되게 보장하는 방도』라는 생각을 책에서 차분히 펼치고 있다. 별이 유아기_활동기_노년기_쇠퇴기를 거쳐 최후를 맞는 과정과 태양의 일생, 별 운동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함께 인용된 굴원의 시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등 고전을 통해서노학자의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별들의 비밀」은 인류 상징의 체계로서 사용된 별에 대한 이야기.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인 태양의 우주적 상징성, 오리온자리와 플레이아에스 성단 등 다양한 별자리의 의미를 쉽게 풀어놓았다. 또 마야, 아즈텍, 메소포타미아, 고대 이집트, 인도, 중국, 북미와 남미 원주민 종족 등 세계의 여러 문화들이 하늘에서 읽어낸 것들에 대한 해석도 담고 있다. 영국의 유명한 점성학자와 천문학자들이 쓴 책을 번역했다. 그림 자료가 풍부해 보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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