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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댐 총점검] 동강은 생태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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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댐 총점검] 동강은 생태계 보고

입력
1999.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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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는 무산흰족제비와 북방토끼가 동강 일대에서 사상 처음으로 발견돼 동강이 생태계의 보고임이 다시 확인됐다.한상훈(韓尙勳·38)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학술이사겸 자연생태분과위원장은 15일 『지난달말 동강 일대에서 생태계 조사 작업을 하던중 백룡동굴 부근에서 이들 동물의 서식을 확인했다』며 『만주와 북한 접경지역에서 주로 사는 이들 동물이 발견됨으로써 이 일대가 북방계통 동물의 중요 서식처임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무산흰족제비(사진)는 국내에서는 1920년대 함경북도 무산에서 최초로 발견된 족제비과 동물로 길이는 15∼20㎝, 무게는 100㎚ 내외이다. 보통 쥐와 비슷한 크기이나 굴에 들어가 쥐를 잡아먹거나 심지어 자기보다 몇배나 큰 산토끼까지 잡아먹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육식동물. 평소 색깔은 검은색이지만 겨울에는 하얗게 털갈이를 한다.

북방토끼도 중국, 북한 접경지역에 주로 사는 토끼과 동물로 길이는 35㎝ , 무게는 600∼800㎚. 일반적으로 토끼가 따뜻한 양지를 좋아하는 반면 북방토끼는 산악지대 음지에서 주로 산다.

한박사는 『이들 동물이 백두대간을 타고 북쪽에서 내려온 뒤 생태계가 완벽하게 보전된 동강 일대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 등의 조사에 따르면 동강에는 현재 34종의 담수어가 살고있으며 이중 금강모치 어름치 쉬리 등 17종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다. 또 하늘다람쥐 수달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야생포유동물 5종도 살고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박사는 『동강 일대에서는 생태조사를 하면 할수록 남한내 미기록종이 새로 발견된다』며 높은 생태적 가치를 지적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 "그곳엔 원시가 있다"

3월 초순, 따사로운 봄햇볕아래 동강이 늦은 기지개를 켠다. 동강은 겨우내 품속 깊이 품고 있던 새와 물고기와 나무와 풀들을 맑은 햇살속에 풀어내고 있었다. 강을 따라 물과 접한 자갈밭과 절벽아래 큰 돌멩이 사이 빈 자리엔 갯버들이 솜털같은 눈을 틔웠고 겨울가뭄으로 얕아져 바닥이 들여다 보이는 곳에는 다슬기를 잡는 주민들의 손길이 바쁘다.

정선읍 용탄리 용탄대교에서 댐건설 예정지인 영월읍 만지동까지의 60여㎞구간에는 수십개의 석회암 동굴과 50여개의 모래톱, 수많은 소(沼)와 여울이 있다. 강주변의 울창한 삼림과 함께 「생태계 보고(寶庫)」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9월 환경부 생태조사에서 총 72종의 조류가 관찰됐는데 이중 원앙 붉은배새매 새매 매 황조롱이 솔부엉이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 9종이 포함돼 있다. 멸종위기에 있는 천연기념물 검독수리도 살고 있었고 특히 영월읍 문산리쪽에서 관찰된 천연기념물 까막딱따구리는 91년도에 속리산에서 2쌍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희귀종.

수달은 동강전역에서 서식하고 있다. 보호야생동물인 담비와 하늘다람쥐도 영월군 진탄나루터와 마하리 백운산 등에서 관찰된다. 특히 사향노루 산양 등은 최근까지 주민들에게 목격됐고 천연기념물 백룡동굴에는 10년전까지 붉은박쥐가 살았던 흔적이 발견됐다. 강과 가까운 동굴엔 오소리의 배설물이 흔하고 너구리 고라니 삵 등 흔치 않은 야생동물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잽싼 몸놀림때문에 물결사이로 어름어름 보인다는 천연기념물 어름치도 동강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겨울을 보낸 바위밑을 떠나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어름치는 4월이 되면 수십마리가 한꺼번에 산란탑을 쌓는 진경을 연출한다. 보호어종인 묵납자루와 다묵장어를 비롯, 버들치 연준모치 참중고기 꺽지 미유기 쉬리 무지개송어 돌고기 갈겨니 새코미꾸리 납지리 납자루 퉁가리 꾸구리 등 30여종의 담수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동강은 철새마저 붙잡았다. 이미 이곳에서 텃새가 된 겨울철새 비오리는 국내에서 최대규모로 번식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비오리 새끼가 어미와 함께 종종 헤엄치는 정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식물 300여종도 동강 일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보호식물인 연잎꿩의다리와 층층둥굴레의 군락이 자라고 있다.

화가 이성미(李成美·49)씨는 비경에 매료돼 10여차례 이곳을 찾아 휘귀동물과 풍경을 그리고 있다.

「동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의 김원(金洹)대표는 『서구유럽은 댐을 철거하고 복개천을 다시 복구하는 등 이에 대한 반성을 철저히 하고 있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려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번 잃으면 영원히 못찾을 이 많은 것들을 굳이 후대에게 전설로만 물려줘야 하는 것일까. 절벽을 넘어 날아내리던 두쌍의 비오리가 놀라 급히 산굽이를 돌아 사라졌다. 질문에 답하기라도 하듯….

영월=김동국기자 dkkim@hk.co.kr

*동굴사진가 석동일씨가 본 백룡동굴

천연기념물 260호 백룡동굴. 한마디로 표현하면 경이 그 자체다. 한번이라도 백룡동굴을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이를 부인하지 못한다. 쭉쭉 뻗은 종유석과 석순 석화 석주 그리고 다른 동굴서는 보기 힘든 에그 프라이 모양의 종유석등 석회동굴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는 동굴 박물관이다.ㄱ 섣부른 훼손을 막고 후손들에게 소중한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삼척 관음굴과 함께 영구 미공개키로 결정된데서 알 수 있듯 백룡동굴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백룡동굴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77년. 이미 그 전 해에 기가막힌 동굴 하나가 영월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나는 이 굴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한 문화재관리국의 현지 답사에 동참하게 됐다.

과연 놀라웠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지하궁전이 펼쳐졌다. 동굴은 강원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에 입구가 있지만 인근 정선군과 영월군까지 걸쳐있다. 길이 705m의 주굴을 비롯, 길이가 각각 199m, 103.5m, 90m인 가짓굴이 계속 발견됐다. 27.5m길이의 수로굴도 있었다.

동굴은 초입부터 끝부분까지 종유석 등 2차 생성물로 가득하다. 그중 백미는 주굴 마지막 부분에 있는 8m 높이의 석주와 바로 옆 에그 프라이. 다른 동굴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석주는 백룡동굴의 위용을 한마디로 보여준다. 에그 프라이는 달걀을 프라이한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에그 프라이는 다른 곳에서도 가끔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 처럼 정교한 것은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지난해 여름 근사한 남근석이 잘리는 등 수난도 많았다. 그러나 더 큰 수난은 지금부터다. 영월댐을 건설하면 동굴이 통째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처럼 아름다운 동굴을 수몰시킨다면 후손들이 뭐라고 할 지 두렵기만 하다.

* 30대 76% "동강댐 반대" 여론주도

영월댐건설 반대와 환경보호를 위한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연령층은 30대였다. 이들은 영월댐건설 논란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었고 그 이유로 생태계와 문화재파괴, 경관훼손을 꼽고 있다.

본보가 11~13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30대 응답자중 76.0%가 영월댐건설을 반대해 다른 연령층(20대 73.0%, 40대 67.1% 등)에 비해 반대비율이 가장 높았다. 영월댐건설 논란에 대해서도 30대 응답자의 64.4%가 「알고있다」고 대답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댐건설논란에 대한 인지도 비율은 30대에 이어 40대(62.8%) 50대(53.8%) 20대(49.1%) 60대이상(43.7%) 순이었다.

댐건설이 가져올 문제중 모든 연령층이 「생태계와 문화재파괴, 경관훼손」을 가장 많이 우려했으며 댐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 응답자의 28.2%, 26.6%가 안전할 것이라고 각각 답변, 30대(24.3%)와 20대(22.3%)보다 높았다. 댐건설로 인한 문제중 「수몰지역 주민 발생과 생활기반상실」에 대해서는 60대이상 응답자중 29.3%가 관심을 가진데 비해 20대(20.0%) 50대(17.5%) 30대(16.2%) 40대(11.3%)는 이보다 낮았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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