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부모의 큰 손을 잡게 될 때가 있다. 알맞은 때에 놓지 않으면 왜 그렇게 어색해지고 마는지. 어렸을 적, 추운 겨울날이면 어머니는 바깥에서 돌아온 꽁꽁 언 내 손을 꼭 잡아서 아랫목에 넣어주었다. 아이구, 얼음짱이네, 하시면서. 당신 손으로 비벼서 얼어있는 손가락들을 하나하나 녹여주기도 했다. 겨울날 바깥에서 돌아온 식구들을 어머니는 다 그런 식으로 맞이해줬으므로 우리 형제는 이따금 한 방안의 한 이불 속에 발가락이며 손가락을 넣고선 옹기종기 모여있게 될 때가 종종 있었다.「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쓰는 어느 순간에 그 겨울날의 그 방안 풍경이 되살아났다. 이제는 상실한 그 체온과 그 다사로움이 실마리가 되어 아래와 같은 문장들이 솟아나왔다.
『늘 서로 신체의 일부가 닿아 있었지. 머리를 쓰다듬거나 목덜미를 쓸어주거나 허리를 껴안거나 손을 잡고 텔레비전을 볼 때의 우리 가족의 자세는 이런 것이었다. 아버지의 손은 어머니의 어깨에 내려와 있고, 어머니는 언니의 머리를 매만지고 있고 언니는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더울 때는 서로 이만큼씩 떨어져서도 발을 뻗어 발가락 끝이라도 대고 있었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모두 탯줄에 엉켜있는 순간을 연상케 하고 싶었다. 집으로부터 사회로부터 훼손되기 이전의 우리는 서로 체온이 닿아있는 그런 모습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 것이다. 어쩌다 부모의 큰 손을 잡게 되었을 때 곧 어색해지고 마는 현재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한번 달래줘 본것이다./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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