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플로리다주 하면 마이애미비치, 디즈니월드, 우주선 발사기지, 데이토나 500등으로 흥분을 일으키는 곳이다. 면적은 남한보다 넓지만 해발 100㎙가 넘는 산이 없을 정도로 평원과 습지로 된 땅이다. 이 반도의 끄트머리는 에버글레이즈(Everglades)라는 국립공원이다. 광대한 늪과 수천갈래의 수로가 끝이 없고 악어등 습지동물들이 득실거리는 열대생태계를 갖고 있다. 카누를 노저어가면 마치 원시상태의 지구를 여행하는 것 같다.■우기가 되면 플로리다 반도의 가운데 있는 거대한 오키초비 호수가 넘치면서 반도의 남쪽초원은 폭 100㎞ 수심 20㎝의 얕은 강으로 변해 멕시코만으로 빠진다.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초원의 강」이다. 그런데 반세기전 도시와 농토를 개발하기 위해 둑을 쌓고 수로를 만들면서 물길을 돌리는 바람에 초원의 강은 옛날과 같은 수량을 유지하지 못해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과 주변 해안의 생태계가 광범위하게 황폐해졌다.
■사람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환경주의자들의 로비와 앨 고어부통령의 입김으로 초원의 강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연방정부의 지원아래 만들었다. 비용은 80억달러(한화 약10조원)이고 시간은 20년. 둑을 헐고 수로를 부분적으로 터서 옛날처럼 초원의 강을 흐르게 하는 세계역사상 가장 큰 환경복구 작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신하지 못한다. 이미 개발된 도시와 농토를 보호하면서 본래의 자연으로 돌리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줄기는 이렇게 한번 건드리면 돈과 시간을 들여도 원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플로리다보다도 작은 땅에 그보다 3배나 많은 인구가 산다. 작은 개천하나 뻘밭 하나 하나가 귀중하다. 그러나 또한 개발하지 않고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다. 개발과 보전은 선택의 딜레마다. 정부도 60년대식 건설관료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국민도 환경보전을 위해 지불할 값이 비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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