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길(金善吉)해양수산부장관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사퇴의사를 밝히면서 『물러나기 전에 잘못된 협상을 바로 잡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물러난다는 장관이 무슨 협상력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패장(敗將)으로서 자신에 대한 예의와 정부에 대한 도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분발하겠다는 것으로 여기고 걱정을 누르려고 했다. 『어떻게 바로잡겠는가』고 물었다. 김장관은 잠시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내가 합니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장관하고 형님, 동생하는 사입니다』라고 말했다. 장관이 이 마당에, 공개석상에서 「형님」,「동생」이라니. 일본 어민들의 시퍼런 시선을 받고 있는 나카가와 장관의 입장이 떠올랐다. 막막했다.
막막한 예감은 불행히도 쌍끌이 조업을 협의하기 위한 한일수산당국자회의에서 곧바로 현실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일본은 김장관이 굳이 올 필요가 없으며, 차라리 실무자선의 합리적인 협상안을 갖고 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장관은 장관 회동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조차 갖지 않고 11일 저돌적인 일본행을 감행했다. 「형님」, 「동생」하는 「정치력」이면 모든게 풀어질 수 있다고 장관은 생각했는 지 모른다.
하지만 굴욕의 연속이었다. 나카가와 장관은 「동생」이 아니었다. 그는 12일 김장관을 만나기 직전 『끝난 협상의 틀을 훼손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호텔을 맴돌다가 나카가와 장관의 다리를 잡고 매달리는 모습만 연출했다. 김장관은 그만하고 돌아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장인철 경제부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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