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제품을 내다 팔 곳이 없어요. 잘 나가는 미국조차도 반덤핑제소를 남발하면서 시장문을 걸어잠그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수출물량이 작년의 절반을 넘기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철강업체 임원의 하소연이다.철강 뿐이 아니다. 수출을 주도해 온 자동차 조선등 주력업종들이 지난 해 말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경제회생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반도체 빼곤 모두 곤두박질 수출을 늘리지 않고는 경제살리기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이미 고전(古典)이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
수출의 최대 걸림돌인 임금, 금리, 땅값 등의 「고비용」은 외환위기를 넘기면서 상당부분 해소된 상황. 그러나 해외시장의 벽에 막혀 지난 해에 이어 올들어서도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2월에는 16%나 떨어졌다.
특히 전체수출물량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등 5대 주력업종 중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철강의 2월중 수출감소율은 무려 31.6%. 포철 연합철강 등 관련업체들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남아공 등이 자국제품의 판로를 위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미국 유럽연합(EU) 대만태국 아르헨티나 등 10여개국이 서로 반덤핑제소를 남발하는 등 국제철강시장이 극도로 냉각돼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역시 중남미 동남아 동유럽등 주요시장이 얼어붙어 1월 반짝호황(29.7%증가)이 물거품이 되고 있고, 조선도 같은 양상이다. 석유화학도 중국 등 주요시장의 수요가 줄면서 지난 해 하반기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 업계 처방책 이견, 내부전열부터 정비해야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실토하고 있다. 국내 여건은 나아졌지만, 손 쓸수 없는 해외변수가 수출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정부와 업계간에 수출처방전을 놓고 접점없는 공방이 이어져 수출전선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경련 최정기(崔頂基)경쟁력강화팀장은 『정부의 구조조정 위주 정책을 수출로 돌려야할 시점』이라며 『대기업 종합상사에 대한 무역금융을 허용하는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또 일본 엔화약세가 지속되고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정책적인 지원없이는 희망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대기업무역금융은 특혜이며 세계무역기구(WTO) 금지보조금 규정에 위반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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