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인 가운데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만틈 웃음이 헤픈 사람은 드물다. 꽃꽂이대회에서는 『모두들 꽃인데 혼자 못생겨서 미안하다』고 너스레를 떨고, 농민들과 함께 순무를 뽑아 올리며 『가부(일본말로는 순무와 주식이 같다), 올라 오라』고 치기를 과시한다.다이옥신 소동(본보 2월11일자 국제면 보도)으로 도코로자와(所澤)산 시금치값이 폭락하자 『도코로자와 시금치 맛있네』라고 직접 먹어 보이기도 했다.
어깨와 목, 허리가 꼿꼿한 때가 없이 그는 늘 꾸부정하다. 좀체 전면에 나서지도 않는다. 취임 당시 「식은 피자」라는 외신의 인물평이나, 고(故)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총리의 딸인 마키코(眞紀子)의원의 「범인(凡人)」이라는 독설도 그래서 나왔다. 소띠여서 붙여진 「둔우(屯牛·둔한 소)」라는 별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람좋은 오부치」라는 말대로 그의 주변에는 늘 지원자들이 몰린다. 「경제 문외한」이란 질시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금융안정책으로 경기추락에 쐐기를 박았다.
국민들의 눈길이 따스해 진 것은 당연하다. 대과(大過)가 없다는 점도 그렇지만 「화내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고, 푸념하지 않고, 만사를 낙관적으로 보고, 세상을 위해 일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에 충실한 그를 미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때 10%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이미 40%를 넘어 섰다. 단명 예상과 달리 9월 자민당 총재 재선은 확실해 보인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총리는 그를 「진공기관」이라고 평가했다. 무엇이든 빨아 들여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말로 요즘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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