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수원 농업진흥청 앞에서는 일단의 시민단체 대학생들이 「유전자조작 작물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시민 일동」이라는 프래카드를 들고 나타나 청사앞 온실을 검은 천으로 덮어 버렸다. 2000~2001년 8종의 유전자조작 종자를 개발, 보급한다는 농진청 계획에 대한 항의의 뜻이었다.생명체의 본성을 인간 마음대로 뜯어 고칠 수 있는 유전자조작 기술. 그중에서도 농작물 분야에서는 이미 유전자 조작 작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위해성에 대한 논란이 국내외적으로 뜨거워 지고 있다. 유전자조작 식품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유전자조작생물(LMO)은 유전자를 변형시킨 생물체를 뜻한다. 이미 상업화한 유전자조작생물은 95%가 식물, 즉 농작물이며 나머지는 미생물로 주로 의약·연구용이다. LMO 농작물은 제초제(54%)·해충(31%)·바이러스(14%)에 내성을 갖도록 조작된 게 대부분이다.
세계적으로 LMO 식품을 상업적으로 허용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등 6개국. 주로 농산물 수출대국들이다. 지난해 영국 로웨트연구소는 유전자 조작된 감자가 쥐의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LMO가 인체, 환경에 유해하다고 증명된 적은 거의 없다. 연구자들도 유전자의 성분자체는 자연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핵산이므로 유해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미검증 자체가 위험하다』며 안전성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수십억년의 생물진화과정은 급격한 변화를 완충할 수 있었지만 인위적 변종은 예기치 못한 위험을 낳을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LMO가 환경에 퍼져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잡종이 되는 극단적 경우도 상상할 수 있다. 미국의 농산물 수출업체 몬샌토사는 제3국에서 엄격한 통제 없이 LMO를 시험재배, 이러한 우려를 부추겼다. 또 LMO의 목적이 주로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는 것이어서 과도한 농약사용도 우려된다.
현재 국내 LMO의 정확한 추적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한해 수입하는 옥수수 물량이 약 420만톤, 이중 25%가 LMO이므로 한해 100만톤의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국내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식으로 계산하면 대두는 39만톤, 종자까지 포함하면 휠씬 더 많아진다. 그러나 수입되는 LMO를 확인 관리 평가하는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LMO는 아직 구원의 과학으로 생각되고 있다.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하고 크게 만드는 기술, 그것도 「교배」라는 기존방식보다 빠르고 효율성 높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연구소의 한 연구자는 『전자파의 유해성을 우려해 냉장고 TV를 안 쓸 수 없듯이 밝혀지지 않은 위험만 걱정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연구자들을 위해서도 규제가 마련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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