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엔진」인 제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생산도 투자도 고용도 모두 쪼그라드는 추세다.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 적은 투자로 짧은 시간안에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려는 「단기고수익」논리에만 집착하면서, 높은 이익실현을 위해 많은 투자와 긴 시간이 소요되는 제조업은 점차 뒷전에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고용을 촉진하려면, 더구나 대외의존도 높은 우리 경제의 숙명적 여건하에서 수출을 활성화하려면 어떤 경우든 경제의 기초인 제조업 기반부터 튼튼히 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고용, 투자, 금융자금공급등 모든 경제활동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자리는 크게 좁아지고 있다.
연간 만들어진 부가가치총액(GDP)중 제조업의 비중은 90년 29.2%에서 93년 27%, 96년 25.9%로 계속 낮아진데 이어 97년 25.7%까지 떨어졌다. 제조업생산이 극도로 나빴던 지난해엔 4분의1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반도체 철강등 몇몇 업종을 빼면 제조업은 사실상 「불모지화」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조업의 몫이 작아지고 서비스 산업이 팽창하는 것은 이른바 「산업구조 고도화」과정의 필연적 현상. 일본도 제조업 비중은 24.3%(96년), 미국은 18%(93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 일본등은 생산시설의 대부분을 외국으로 이전해놓고 있어 「내국산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한은 관계자는 『일단 공장에서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유통도 발전하고 금융도 활성화하는 것』이라며 『서비스산업으로 국민소득을 높일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제조업 안정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국내 분위기는 「제조업경시」쪽으로 흐르고 있다. 과잉·중복투자에 메스를 가한 구조조정 한파속에 기업들은 가급적 제조업을 멀리하고 있고, 지식·정보산업 드라이브는 그 의도와는 달리 투자와 창업의 방향을 「탈(脫)제조업」쪽으로 몰고가고 있다.
98년 한해동안 제조업 취업자수가 13.2%나 줄어 서비스부문 감소율(4.4%)을 크게 앞지른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외자유치 역시 비제조업으로 몰려 외국인투자중 제조업비중은 올들어 40%에도 못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기관들도 제조업대출을 기피, 신용경색 또한 제조업에 집중되고 있다. 은행권 제조업대출비중은 지난해 9월말 48.2%로 사상 처음 50% 밑으로 떨어졌고 올 2월말기준 48%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됐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수출증진과 고용안정은 한국경제의 당면 숙제이자 영원한 과제이며 이는 제조업만이 풀 수 있는 문제』라며 『현재 9만여개에 불과한 국내 중소제조업체수를 15만개까지 늘리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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