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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비료모금'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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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비료모금' 해볼 만하다

입력
1999.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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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0만톤의 비료를 북한에 제공키로 한 조치는 대북정책의 기조인 상호주의를 탄력운영하는 첫 사례로 볼 수 있다.한적이 약 3개월간의 모금운동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북한의 파종기에 비료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시비기(施肥期)를 놓치면 북한의 올해 농사도 어렵게 돼 식량부족이 심화할 것을 우려한 인도적 배려다. 북한은 올해 150만톤의 식량부족이 예상되는 것으로 우리측은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베이징(北京)에서 남북비료회담이 열렸을 때만 해도 정부는 북한이 적어도 이산가족문제에 대해서만은 어떤 성의를 보여주도록 요구했다.

소위 상호주의에 입각하지 않고는 대규모 대북지원을 할 수 없다는 너무도 당연한 입장이었다. 국민혈세로 북한을 지원하려면 적어도 국민적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직 북한이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정부가 한적의 모금운동을 통해 비료를 북한에 선(先)제공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인도적 차원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 배경에는 다음 두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우리사회의 보수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북을 지원하는 방법의 개발이다.

보수층은 대북지원이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반세기에 걸친 단장의 세월을 살아가는 이산가족들에게 최소한 재회의 기회만은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정부가 한적의 모금방식을 취한 것은 일방적 지원을 반대하는 보수여론을 피하면서 인도주의를 실현해 나가려는 것이다.

둘째 이번 조치는 북한에 상당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북한은 시비기의 소요량이 약 30만~50만톤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번에 지원하는 10만톤은 그들의 요구량에는 못미치지만 상당한 양이다. 한적의 모금이 얼마나 호응을 받을지는 몰라도 상당한 부분은 정부부담으로 전가될 것이 틀림없다.

만약 북한이 필요한 전량을 지원받으려면 지금까지의 폐쇄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적을 통한 제한된 양의 지원은 따라서 북한에 하루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다.

우리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상호주의의 포기라고는 보지 않는다. 김대중대통령은 취임 1주년 회견에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해 상호주의의 탄력적 운영을 강조한바 있다.

대북정책의 기조를 「신중하게 그러나 필요하면 과감하게」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한적을 통한 비료지원은 「과감한」 결정이다. 대북정책이 지지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정부가 「신중하게」에도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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