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권 河泰權·서울산업대학 교수· 행정학최근에 정부는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으로 대표되는 공무원임용의 폐쇄성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르면 4월부터 중앙부처 소속 일반직 및 특정직 국장급 이상(1~3급) 직위 1,421개의 약 30%에 해당하는 300~350개 직위에 외부전문가를 계약에 의해 임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규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실제로 한국정부의 공무원 임용행태는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6급 이상(5급 제외) 일반직 국가공무원의 96.6∼99.4%가 승진에 의해 임용되고 있으며, 행정고시를 통해 매년 신규채용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5급의 신규임용에서조차도 10명 중 7명은 내부승진에 의하여 임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상위직급의 신규충원에서 외부로부터의 임용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내부승진에만 의존하다 보니, 승진이 개인의 업적이나 능력에 의하기보다는 주로 밥그릇(경력) 순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개인의 능력발전과 성과향상을 위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좀더 생산적이며 창의적인 업무수행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기존의 절차와 관행을 준수하고 상사나 동료들의 눈밖에 나지 않도록 조신하게 처신하며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폐쇄형 임용체제하에서는 민간분야와의 교류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자연스럽게 관료적 타성에 빠지게 되어 외부환경이나 행정수요의 변화에 둔감하게 된다.
따라서 고객중심적 행정체제로의 전환은 어렵게 되는 반면, 규제에 따른 각종 부조리가 발생할 여지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밖에도 폐쇄적인 공직임용체제는 내부 공무원간의 빈번한 자리이동으로 인해 업무수행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저하시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전문분야별 정책의 실무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국장급의 한 직위 평균재직기간은 8~18개월에 불과하며 계장(5급)과 과장(4급)급에서의 그것도 1~2년 정도에 불과한 형편이다.
결국 철밥통, 무사안일, 복지부동, 권위주의, 고객지향적 봉사자세의 결여, 전문적인 직무수행능력과 생산성 부족, 과다한 규제와 관료부패 등 정부관료제와 공직사회에 대하여 분출되고 있는 많은 비판들은 대부분 공직사회의 폐쇄적인 임용관행에 기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이번 개혁조치는, 위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장급 이상 고급공무원에 대한 개방형 임용의 확대는 현직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와의 경쟁을 불가피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공직유입을 촉진하여 행정의 전문성과 생산성 제고라는 절박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재직 공무원들의 자기발전 촉진, 무능하거나 무사안일한 공무원들의 자진사퇴 유도, 민간분야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공직에 유입하여 정부정책의 현실타당성 제고, 동일한 직위나 직무분야에서의 장기근속을 유도하여 직무수행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향상, 연봉제나 성과상여금과 같은 실적급 보수체계의 확립 등 긍정적 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개혁의 성공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실제로 고급공무원의 계약제 임용은 신분보장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유능한 인재의 유치를 오히려 어렵게 할뿐만 아니라 현직 공무원의 승진기회를 감소시킴으로써 하위직 공무원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개방형 공무원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개방형 임용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위에서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현직 공무원들에게 전문적인 직무수행능력의 향상을 위한 충분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 대상 직위의 주요 직무와 책임 및 자격요건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업무능력과 성과에 대한 객관적이며 공정한 평가기제를 개발하는 등 계약제 임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보완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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