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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눈치 본 조직개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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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눈치 본 조직개편위

입력
1999.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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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아는 것이 많고 사려가 깊어서일까. 아니면 스스로를 장관 혹은 그 이상의 정책결정자라고 생각한 것일까. 민간전문가들로 짜여진 경영진단조정위원회가 내놓은 정부조직개편 최종건의안을 보면 도대체 그 역할이 무엇인지, 나아가 왜 40억원이 넘는 막대한 세금을 써가며 민간경영진단을 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중앙인사기구 신설을 예로 들어보자. 조정위는 기구형태에 대해 대통령 소속의 중앙인사위원회를 1안(다수안),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 소속의 인사행정처를 2안(소수안)으로 내놓았다. 대통령이면 대통령, 국무총리면 국무총리지 왜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로 표현했을까.

조정위측 대답은 이렇다. 『소속을 한쪽으로 정하면 특정정당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대통령 소속이든 총리 소속이든 실제 차이는 별로 없는데 한쪽으로 못박으면 괜한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서…』

내각제로 삐걱대는 공동정권하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결정권자 위치에 있는 장관이나, 총리, 대통령이라면 모를까 굳이 「민간」조정위가 그런 걱정까지 할 이유는 없다. 해서도 안될 일이다.

정부조직개편작업에 민간전문가를 참여시킨 까닭은 특정부처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로운, 문자 그대로 「최선의 정답」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정답」이 나와도 정부와 국회로 가면 정치적 변질과정을 겪을 것이 뻔한데 민간 레벨부터 이런저런 것을 다 고려한다면 정부조직의 최종모습은 과연 어떻게 그려질런지.

더구나 조정위는 복수 건의안을 제시하면서 『1안은 조정위원간 산술적 다수안일 뿐』이라고 말해 스스로 건의내용의 무게를 평가절하하며, 결과적으로 경영진단결과에 대한 정부의 부담까지 덜어줬다. 정부조직의 새 틀을 짜는 역사적 작업의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는 것 같다.

이성철경제부기자 s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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