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로 지목돼 온 오스카 라퐁텐(55) 독일 재무장관이 11일 전격 사임, 독일 정국과 통합 유럽 경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그의 좌파적 정책 기조와 맞부닥쳐온 독일 재계와 유럽중앙은행(ECB), 미국에게는 앓던 이가 빠진 셈이다.
라퐁텐은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집권 사민당(SPD) 당수직에서도 물러나 결과적으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정국 장악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라퐁텐은 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려 했을까.
라퐁텐은 당에 보낸 서신에서 『당원들의 협조와 신뢰에 감사한다』며 『자유, 정의, 단합에 매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을 뿐 구체적 사임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슈뢰더총리가 10일 각료회의에서 라퐁텐의 정책을「전략적 오류」라고 공개비판한 것이 사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슈뢰더총리는 기업활동 여건을 저해하지 않으려는 중도주의적 경제정책을 선호했다. 그러나 라퐁텐은 근로자들의 세금부담을 줄이고 대신 에너지 관련 업체 등을 대상으로 세금 인상 계획을 추진, 독일의 경기불황과 맞물려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다.
라퐁텐은 또 유럽중앙은행에 끈질기게 금리 인하를 주장, 마찰을 빚어왔다. 통화 안정을 위한 세계 주요통화의 환율목표제 도입 계획도 달러화 강세 기조를 바라는 미국의 심기를 거슬렸다.
서방 경제계가 라퐁텐의 퇴장을 반기는 이유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1.086달러로 거래가 시작됐으나 1.102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1.0950달러로 마감됐다.
영국 BBC 방송은 영국 관리들이 속으로는 라퐁텐의 사임을 환영하고 있으며 그를 반기업적, 구세대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퐁텐은 76년 불과 32세의 나이로 프랑스 접경 자르브뤼켄 시장으로 당선되고 90년 사민당 당수로 총리 후보로 나서는 등 뛰어난 연설능력과 확실한 좌익성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90년대 들어 연금 부정 스캔들 등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95년 사민당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수로 선출되며 재기했다. 그러나 그는 대중적 인기도에서 슈뢰더에게 뒤진다고 판단, 총리직을 양보했다.
/김병찬기자 bc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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