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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 표앞에 서면 흔들리는 국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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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 표앞에 서면 흔들리는 국민회의

입력
1999.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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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先)표 후(後)개혁」국민회의가 요즘 작심하고 표만 좇고 있다. 개혁의 명분도 국민회의의 「선거 포위망」에 일단 갇히면 옴짝달싹을 못한다. 그런데도 오히려 국민회의는 정부의 사전당정협의 부실만 탓하고 있다. 개혁 표류의 주요 범인중 하나가 바로 정치권이라는 비난을 국민회의가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연금 파동. 국민회의가 설연휴 직후인 2월 중순께 정부의 준비부족을 질타하며 후속대책을 챙기고 나설 때만해도 여론의 성원을 받았었다. 당시 국민회의는 『제도는 좋은데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문제』라며 『예정대로 4월 실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12일 국민회의는 『여론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며 불쑥 1년 연기론을 들고 나와 엄청난 혼선을 초래했다.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는 『우리가 무슨 수단을 갖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당의 거미줄같은 하부조직은 애당초 활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게 확실했다. 『처음부터 표, 선거를 의식해 국민연금확대실시의 연기를 생각하고 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만도 하다.

지난 201회 임시국회에서 입법화가 끝난 의약분업 연기 파문도 국민회의의 「선 정치 후 개혁」사례 중 두드러진 경우. 국민회의는 의·약정 분야 개혁조치중 핵심인 의약분업 조치를 금년 7월부터 실시하려다 의·약 업계의 반발이 예상되자 꼬리를 내려 버렸다. 의·약사 출신 여당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의 로비 흔적도 짙다.

국세청이 최근 제기한 부가세 과세특례자 폐지문제도 당의 저지망에 걸려 운명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정부는 공평과세차원에서 이를 강력히 추진할 방침. 그러나 당측 인사들은 『중소자영업자 등의 표 떨어질 소리만 골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물부족사태 해결을 위해 신설댐 주변지역에 200억원의 예산지원을 하려던 정부의 방침도 『그러면 기존 댐건설 지역에도 돈을 달라』는 당측의 민원에 부닥쳐 오락가락하고 있다.

위천공단문제는 국민회의 지도부가 대구에 가서는 『2월중에 긍정적인 결론을 낼 것』, 부산에 가서는 『낙동강 수질오염문제가 기준이 될 것』이라며 서로 다른 소리를 해 여전히 가닥을 잡지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단기적으로 표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거시적 안목에서 개혁조치들을 밀어붙인다는 확고한 인식을 김대통령이 당에 심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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