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이 돌아온다.「한국 남자배구 최고의 공격수」「강만수 하종화의 뒤를 잇는 거포 계보의 적자」. 화려했던 수식어와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표표히 짐을 꾸려 고향 경북 경산으로 떠난 지 어언 1년6개월. 임도헌(27·현대자동차)은 당당한 병역필(공익근무요원)에 3개월된 사내아이의 아버지가 돼 다시 코트에 선다. 복귀날짜는 20일. 그의 전역일자이기도 하다.
코트로 돌아오는 그의 괴나리봇짐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현대자동차의 화려한 전성시대를 다시 열어제칠 보검일까. 「옛날이 좋았지」란 탄식뿐일까.
그의 코트 복귀에는 두가지 변수가 놓여있다. 먼저 구단과의 관계정리다. 임도헌은 97년 구단과 의견 충돌끝에 공익요원 입대를 강행했다. 입대 연기를 원했던 구단은 공익요원 복무중에도 지급해오던 봉급 선을 끊었다. 급기야 선수생명을 자르겠다는 위협을 가하는 등 관계는 최악이었다.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것은 당연했다.
18개월간의 공백도 변수다. 강철마저 녹슬게 하는 세월이 그의 몸을 그냥 뒀을까. 95년 슈퍼리그 우승과 MVP라는 두마리 토끼를 거머쥔 뒤 내리막길을 달린데다 경기감각의 공백이 치명타를 가했으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복귀한다해도 쟁쟁한 젊은 주포들에 밀려 뒷자리로 물러앉을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그러나 임도헌은 이 두가지에 대해 단호하다. 먼저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현대자동차에서 분골쇄신하겠다』며 『감정의 앙금도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말한다. 구단도 임도헌 복귀를 쌍수를 들어 반긴다. 현대자동차측은 『지급을 중단했던 월급은 적립해뒀다. 복귀하면 목돈으로 내줄 계획』이라며 화해제스처를 던졌다.
「몸이 녹슬지 않았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임도헌은 그간 자신의 일과를 얘기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근무전후 새벽과 저녁이면 영천체육관을 찾았습니다. 하루 5시간여 웨이트트레이닝과 훈련에 매달렸습니다』. 전성기에 비해 체력만큼은 더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단지 볼감각이 문제. 그러나 임도헌은 『2~3개월의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곧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과연 「돌아온 임꺽정」이 옛날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울러 99슈퍼리그서 형편없이 몰락한 명가 현대자동차 재건의 선봉장으로 나설 수 있을까. 그가 풀어헤칠 괴나리 봇짐의 내용물이 궁금해진다.
이동훈기자 dh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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