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이 11일 「내각제 속내」를 들켰다. 소장파인 설훈(薛勳)기조위원장은 아예 공개적으로 내각제 연기론을 들고 나왔고 중진인 한화갑(韓和甲)총무는 묘한 언급으로 비슷한 냄새를 풍겼다.이중에서도 설위원장의 얘기는 자민련을 경기(驚氣)들게 하기에 충분한 폭탄 발언. 골자는 크게 세 가지다. 연내 개헌 불가, 16대 총선 내각제 개헌 공약 제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 보장이 그 것. 「연내 개헌 완료」라는 자민련 입장과는 멀어도 한참 먼 내용들이다.
설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우리는 (내각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다』며 이 구상들을 풀어 놓았다. 나중에 『내 개인 생각으로 (신문에) 써도 좋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크게는 국민회의, 작게는 여권 「이너써클」의 공감대를 설명하면서 「총대」를 멘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설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한총무의 속편격이었다. 한총무는 이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조찬강연에서 『내각제개헌이 될 지, 이대로 김대통령의 임기를 마칠 지 모르겠지만 자민련과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내각제 연기 주장은 아니지만 행간에서 「연기됐으면 좋겠다」 는속마음을 읽기에는 충분했다. 파문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한총무는 서둘러 『내각제개헌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전달했을 뿐이며 자민련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게 내 소신』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의 동교동계 후배인 설위원장이 곧이어 더 「큰 불」을 냄으로써 진화에는 실패한 셈이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의 이날 발언을 계기로 후반기까지 억지로 잠재워진 내각제 불씨가 다시 살아날 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지 자민련측의 후속대응이 주목된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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