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북한정책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한중일 3개국의 의견조율을 위한 순방을 마쳤다. 관련 당사국들은 페리 조정관의 이번 순방과정에서 보고서에 대한 자국의 입장과 주문을 충분히 개진했다. 미국내에서도 조야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일본 : '일방적 대화' 거부… '抑止' 명확화 요구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는 10일 페리 조정관과 회담을 마친 후 『생각의 방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부치총리가 굳이 「방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포괄적 접근」 방식 자체는 지지하지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미묘한 견해차가 있음을 짚어 두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오부치총리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문했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무성 장관도 『(그런) 정책이 잘 먹히지 않을 경우를 두고 핵개발 의혹과 미사일문제를 중심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화와 억지」를 대북 정책의 기본으로 삼아 온 일본 정부로서는 일방적인 「대화」의 부각에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 정부는 페리조정관에게 대북 식량지원과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 등 대화를 위한 「분명한 조건」과, 북한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의 「억지 방안」 명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조건」과 관련,일본은 핵의혹과 미사일 개발 문제는 물론 「일본인 납치 의혹」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다. 한편으로 북한의 미사일 재발시 대북 송금 중지, 선박기항 금지 등 추가제재에 대해서도 분명히 언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ankookilbo.co.kr
◆미국 : '채찍과 당근' 또다시 택일할 입장에
페리 정책조정관의 「대북정책 재검토구상」에 대한 미국조야의 관심은 지대하다.
미 행정부나 의회는 페리 조정관이 발표할 대북정책 보고서가 미국의 향후 대(對) 아시아정책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우선 클린턴대통령이 페리 조정관에게 정책 재검토를 직접 의뢰한 만큼 그 결과를 100% 수용할 수 밖에 없다. 클린턴 행정부는 나아가 대북정책 재검토를 계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공화당의 예봉을 피할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 「한계선(red line)」설정문제등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대북강경기조가 십분 반영될 것이란 관측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은 결국 페리보고서를 통해 핵·미사일 의혹을 배수진으로 한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보다 강력히 대처함으로써 공화당이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한 클린턴의「연착륙정책」을 효과적으로 각색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클린턴의 3대 외교치적중 하나로 꼽혔던 미국의 대북정책은 기존골격의 대폭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미국은 또다시 북한에 대해 채찍과 당근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ankookilbo.co.kr
◆중국 : 핵.미사일 대응 기본구상에 긍정반응
중국은 페리 조정관의 기본구상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미중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과거 중국은 북한이 주권국이고 자존심이 강한 나라임을 중시하며 영향력 행사등에 대한 역할을 부정했으나 이번만은 달랐다』고 전제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개발에 대해 중국이 우려의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금창리 핵시설 의혹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과거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측은 이번 기회에 전역미사일 방어체계(TMD)와 관련, 대만이 이에 포함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경고, 금창리 핵시설물에 대한 방문조사를 강조한 페리 조정관의 설명에 이해를 표시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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