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LG측이 당당하게 공언했던 최용수(26)의 잉글랜드 이적은 결국 일방적인 구애(?)로 끝날 전망이다. 지난달 23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면서 시작된 최용수의 해외진출은 보름만에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커 국제축구계에서 최용수는 「희화화(戱畵化)」하고 말았다.당초 LG측은 흥분한 탓인지 너무 서둘렀다.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구단측의
공식 계약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에이전트의 말만 믿고 공개해 버린 것. 이에 웨스트 햄측은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최용수의 유럽진출은 「허튼 소리」라며 극단적으로 반응했고 「의혹설」의 단초가 됐다.
초청장 하나만 달랑 들고 최용수와 함께 런던에 간 LG 한웅수부단장은 난감했다.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 사인만 하면 되는 줄 알았으나 웨스트 햄 유나
이티드측에서 기량테스트를 요구한 것. 당시 부상에다 제대말년이어서 두어달간 훈련을 하지 않았던 최용수는 다리가 풀리는 등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LG측의 선수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낸 부분이다.
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웨스트 햄과의 협상과정에는 3단계에 걸쳐 6명의 에이전트가 개입, 구단측의 공식적인 의사를 확인하는데
애로를 겪었고, 때로는 진의가 왜곡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계약시한이 4~5차례 연기됐지만 시종 굴욕적인 자세로 매달리던 LG측은 10일 또다시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측의 에이전트가 기한연장을 통보해왔으나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프랑스 2부리그 셍테티엔클럽으로의 이적을 추진하는 등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스포츠 스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구단 프런트의 몫이다. 그러나 LG측은 국제축구계의 정보부재와 시종 주도권을 빼앗기는 협상능력의 결여를 드러내며 최용수로 대변되는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여동은기자 deyuh@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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