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 총재 정원식·鄭元植)가 11일 3개월간 북한 비료지원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은 파종기에 필요한 비료를 적기에 제공, 북한 식량난을 다소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다. 올해 150만톤의 식량부족을 겪을 북한동포에게 식량증산의 결정적 수단인 비료를 조건없이 제공하는 것이다.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번 모금은 정부의 비료지원제의에 대해 북측이 2개월이상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은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 1월 비료지원 의사를 밝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일 회견에서 『정부의 대규모 비료지원은 상호주의전제하에서 이뤄져야 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양은 인도적 차원에서 적십자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의 대북지원에 따른 내외의 부담을 캠페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여과하고 이번 지원을 통해 향후 남북당국 및 적십자간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우리측의 절실한 심정도 함께 읽혀진다.
이같은 배경에서 이번 모금 캠페인의 키 포인트는 국민이 어느정도 호응할지 와 정부가 어느 시점을 택해 얼마 만큼의 비료를 적십자사에 기부할 지로 요약된다. 한적은 지난해 9개월간 진행된 실업기금모금에 970억원이, 5공당시의 평화의 댐 기금모금에서는 661억원이 모아졌다는 것을 근거로 월 10억~100억원의 모금을 예상한다. 국민의 호응이 클 경우 3개월간 10만톤(톤당 30만~35만원. 시가 300억~350억원)의 비료를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을 민간차원에서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상 이같은 기대는 무리여서 10만톤의 상당부분이 결국 정부의 부담으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통일부당국자는 『정부는 국민여론 북한의 태도 금창리협상 진전상황 등을 고려해 적십자에 비료를 기부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비료 기부의 양과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창리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전후해 3만~8만톤 가량의 비료를 적십자에 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남북교류협력기금(3,522억원)중 가용재원 1,700억원에서 일부를 염출해 비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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