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00년 대선전 판도가 드러났다. 엘리자베스 돌(62) 전 미적십자사총재가 10일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선거판세는 당분간 앨 고어 부통령, 조지 부시 텍사스주지사와 함께 3인의 각축 양상으로 전개된다.지금까지 민주당에서 2명, 공화당에서 10명의 후보들이 도전에 나섰지만 관심은 이 세사람이다. 이렇게 되면 미 대선레이스는 공화당 예선전에서 부시와 돌이 격돌하고, 그리고 그 승자와 고어가 본선에서 맞붙는 토너먼트 구도가 된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대목은 미 여성으로서 사상 처음 대권도전에 나선 돌이다. 그는 특히 지난 대선에서 클린턴에 패한 밥 돌의 부인이라 더욱 드라마틱하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3명의 유력후보중 부시가 56%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돌이 50%, 고어가 45%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부시가 고어와 대결할 경우 56대 41, 돌이 고어와 경합할 경우 50대 45의 결과가 나와 공화당 후보중 누가 나와도 고어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어의 경우 비교적 손쉽게 민주당 지명전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부시나 돌 모두 8명의 군소후보들과 엉켜 힘겨운 예선전을 치러야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공화당 지명전 과정에서 「부시-돌」의 러닝메이트가 이루어지게 되면 「무적함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ankookilbo.co.kr
*엘리자베스 돌, 첫 녀대통령향한 출발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돌은 화려한 공직 경력에다 여성층은 물론 공화당의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고 있는 강점이 있다. 96년 대선에서 실패한 남편 밥 돌 전상원의원에 못지않은 「능력」을 갖고 있다.
그의 능력은 남편의 지원유세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공화당 지명전에서 「내가 밥을 사랑하게 된 이유」라는 그녀의 연설은 뛰어난 화술과 호소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연설과 인터뷰를 통해 『나는 원래부터 정치를 하고 싶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는 『그러나 여성이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 그렇다면 가장 유능해 보이는 정치인과 결혼을 해 그를 성공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교시절부터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공직생활에 몸담을 때까지 줄곳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싸워왔다는 돌은 일찍부터 공화당내에서는 보기드문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꼽혔다.
닉슨 행정부때 보건부 부차관보로 일하는 것을 시작으로 레이건 대통령 아래서는 유일한 여성장관으로서 교통장관을 맡았고 부시 행정부에서는 다시 노동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가족의 가치(Family Value)」를 중시하고 자원봉사를 강조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91년부터 적십자사총재를 맡아오며 「착한 사마리아 여인」이라는 별명으로 일반대중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화려한 공직경력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선거를 도운 것외에는 아무런 선거경험이 없어 자신을 뒷받침해줄 조직적 기반이 취약하다는게 돌의 약점이다. 더욱이 점차 금권선거의 양상이 짙어지는 선거풍토에서 막대한 금액의 정치자금을 끌어모을수 있느냐의 문제도 적지않은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미국대선] 앨 고어, 가장 성공한 현직 실세 부통령
고어가 갖고 있는 최대의 강점은 일사불란한 민주당의 조직망과 부통령으로서 인정받은 업무수행능력. 이미 88년 민주당 예선전을 치른 경력이 있는데다 92, 96년 두차례의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대선출마를 위한 전국적인 조직망을 완비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의 중간선거에서 르윈스키 스캔들로 「두문불출」한 클린턴 대통령을 대신, 전국을 돌며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써 대선을 위한 기초를 다져 놓았다.
또한 고어는 미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실세 부통령」이라는 평가와 함께 오래전부터 「21세기의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왔다. 클린턴으로부터 일정부분 정치적 공간을 확보, 정보통신 환경 부패척결 정부개혁등 미래지향적 과제를 추진하며 「정보 부통령」「환경 부통령」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정책적으로도 클린턴의 전략을 답습, 공화당의 어젠더를 선점함으로써 중도성향의 표를 끌어들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클린턴에 비해 깨끗한 사생활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지난 6년동안 숱한 스캔들에 휩싸였던 백악관이 고어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수 있다. 고어 자신도 불법선거자금 의혹에 휘말려 있다. 「TV의 귀재」로 불린 클린턴에 비해 고어는 화술과 제스처의 구사가 크게 떨어진다.
[미국대선] 부시2세, 화려한 인맥 부자대통령 도전
미 역사상 두번째의 「부자 대통령」탄생의 기록에 도전하는 부시는 「레이건 시대의 영광」을 되살려보자는 공화당 골수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94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이로 당선되면서 주목받는 「2세 정치인」으로 전국적인 명망과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비록 정치경력은 짧지만 석유사업과 프로야구 사업등에서 성공한 젊은 비지니스맨이 정치입문에도 성공함으로써 공화당의 「차세대 지도자」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 96년 대선에서 노령의 밥 돌 후보를 내세웠다가 고배를 마신 공화당 골수파들은 12년에 이르는 「레이건-부시」의 시절을 그리워하며 대거 부시 진영에 모여들고 있다.
딕 체니 전국방장관, 죠지 슐츠 전국무장관, 브렌트 스코프로트 전안보보좌관, 로렌스 린세이 전연방준비위(FRB)의장, 마틴 펠드스타인 하바드대교수, 폴 울포비츠 전국방차관 등 왕년의 인사들이 부시 캠프에서 뛰고 있다.
화려한 인맥과 배경에도 불구하고 과거 깨끗치 못했던 사생활이 부시의 짐이다. 『결혼전까지 거칠고 무책임한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 인정했듯이 젊은 시절의 복잡한 여성관계, 마약복용설등이 부시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고 있어 언제 「스캔들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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