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국회의원의 차를 단속하면 여당을 뭘로 보느냐고, 야당 사람들 차를 잡으면 야당탄압이라고 발끈하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11일 서울시에서 열린 고건(高建)시장과 여성주차단속원 25명과의 간담회에서는 「힘」을 앞세워 「법」을 우습게 여기는 사회 지도층의 추한 모습이 도마에 올랐다.
25개 구청에서 선발된 단속원들은 고시장이 『관선시장이던 90년11월 주차단속을 시작하면서 높은 사람을 우선 적발하라고 지시해 부총리차를 잡아 신문에 낸 적도 있다』고 운을 떼자 「높은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90년 11월부터 단속을 해온 영등포구 김모씨는 『국회의원은 물론 방송사 직원들도 「나 누군데 봐달라」고 해 실랑이 벌이기 일쑤』라며 『스티커를 붙인 이후에도 청탁이 들어와 곤란했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강북구 강모씨도 『주차단속 때문에 욕하는 사람은 대부분 높은 사람』이라며 『단속하고 사무실에 오자마자 곧바로 빼달라는 압력이 들어오면 정말 허탈하다』고 거들었다.
도봉구 이모씨도 『동사무소에 배속되면 동네의 지체높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알아서 단속을 피하게 된다』면서 『구 단위로만 근무해야 이같은 눈치작전이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천구 이모씨는 『보안사업 종사자들이 단속에 걸리면 경찰처럼 행세하면서 오히려 파출소로 끌고가기도 한다』면서 『경찰마저 과잉단속이라고 핀잔을 줄 때면 머쓱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고시장은 이들의 고충에 대해 『높은 사람부터 단속한다는 초지(初志)를 계속 밀고 나가라』며 『시장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타이른 뒤 그래도 않되면 나에게 얘기하라』고 격려했다. /이종수기자 js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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