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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기상청 책임운영기관화 재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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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기상청 책임운영기관화 재고를

입력
1999.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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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경영진단을 토대로 한 「정부운영·조직개편 시안」은 7일 공청회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제 마무리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이 시안이 그런대로 객관성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부분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기상청을 「책임운영기관화」하는 방안이 바로 그렇다. 책임운영기관이란 정부부처의 집행적이고 규제적이며 사업적인 기능을 정책적 기능으로부터 분리하여 독립적인 책임경영조직화하여 그 기관장에게 폭넓은 운영관리의 재량권을 부여하고 그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이다. 그리고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특별회계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사업성 업무는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쟁원리에 따른 책임경영으로 그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겠다.그렇다면 기상재해 예방을 위하여 신속·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기상업무가 정부경영진단조정위원회에서 마련한 「기상청의 책임운영기관화」대로 현실화되었을 때 과연 기상청 본래 기능인 기상재해의 예방이 원활히 수행될 것이라고 장담하겠는가. 자연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증진을 주된 임무로 하는 공공적 기능은 소홀히 된 채 사업성과에 치중하게 될 게 뻔한 일이다. 특히 우리의 실정은 흡족한 기상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인구 100만명당 기상인력이 영국은 44명, 일본은 50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고작 22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현대화한 장비도 열악한 실정인데 책임운영기관화함에 따라 투자가 소홀해지거나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오지 않을까 염려스럽기 그지 없다. 만의 하나 기상청의 책임운영기관화가 기상전문인력 양성과 장비개선에 소홀히 한 채 투자성과라는 경제적 논리만 추구하여 지난해 지리산폭우와 같은 기상재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기상청을 「책임운영기관화」하는 방안은 예보의 신속·정확성 향상 및 촉진이라는 기상청의 발전목표와는 상반되게 오히려 이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필자 의견으로는 지금은 기상청을 책임운영기관화하여 상업적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보다 기상전문인력을 확충하고 현대화된 기상장비를 갖추어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주력할 수 있도록 기상청의 조직을 확대개편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또한 책임운영기관이 갖추어야 할 독립채산제의 가능성을 보건대 그 재원부족은 불을 보듯 뻔한 실정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의 기상마인드는, 기상정보는 무료로 제공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어 기상정보 시장성이 형편없이 낮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예보사업제도가 시행된지 2년이 지났지만 그 매출액이 연 20억원도 되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웅변적으로 반증한다.

이런 터에 수수료 명목으로 기상청의 서비스를 일일이 유료화하여 챙기게 될 때 국민적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진국이 외교, 국방, 안전 등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와 마찬가지로 기상업무의 공공적 책임을 인정하여 기상청을 국가조직(외청)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계기상기구(WMO) 185개 회원국중 유일하게 뉴질랜드가 기상청을 공기업화했을뿐 모든 국가가 정부조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영국이 일부부서만 책임운영기관(Agency)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최근 국가차원의 종합적 방재업무 지원과 기후변화 관련 대책수립·조정의 원활화 필요성 등의 차원에서 기상청의 역할은 증대되어야 하고 기관장의 직위도 격상하여 외청 조직으로의 강화가 절실히 요구돼오던 터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예보와 특보, 기후정보의 유지 관리 등 공공성을 갖는 기상업무에 사업적 경쟁원리를 적용할 수는 없다. 기상청을 책임운영기관화하는 방안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강인식 대기과학기술협의회 위원장·서울대 대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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