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을 감춘 젊은 연극 두 편이다. 금강산 개발 등 최근의 통일 애드벌룬에 대한 뒤집어 보기도 처음으로 시도된다. 분단 모순이란, 현대사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를 묻고 있다.IMF에 쫓겨 통일에 전혀 관심없는 이 시대 젊은이들을 싣고, 극단 「차이무」가 「통일 익스프레스」를 발진한다. 군사분계선상의 어느 은밀한 구석. 남측·북측 요원이 이용하는 비밀 냉면집 「조통면옥」이 뒤집기의 무대.
남하하려다 발각돼 그 곳 종업원으로 일하게 된 낭자 옥화(18)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웃지못할 희극이다. 냉전논리는 거세된다. 남이나 북이나, 어떻게 해서든 이윤을 챙기려는 무리뿐이다. 밀입국자에게 비밀 아지트(조통면옥)를 제공, 각기 돈을 버는 남북의 동업자 둘. 여기에 남측 정부의 관리, 북한에 콘도 건립의 가능성을 알아보려는 재벌 2세까지 가세한다.
「통행료 일제 반액 대매출」등 통일을 상품화한 플래카드들, 수중침투 장비, 남북한 국기, 열강 국기 등이 무대 한 켠에 강박관념처럼 내걸려 있다. 실제로 『극중 「달빛정책」이란 「햇빛정책」의 패러디가 아니냐』는 등 정부측의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18일~4월 25일까지. 화~목 7시 30분, 금·토 4시 30분, 7시 30분, 일 3시, 6시. 정보소극장. 오태영작, 이상우연출. (02)762_0010
통일문제만큼이나 여전히 현재를 규정하는 격동의 70년대 말엽은?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말을 남기고 횡사한 독재자에게 극단 「우림」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며 정면에서 그 신화를 비튼다. 시대의 곤궁함과 겹쳐 최근 일부에서 미화되기까지 하는 현대사의 한 순간이 소재다.
극의 기본 시각은 「79년과 99년의 현실은 이란성 쌍둥이」라는 관점. 그 사이의 20년을 직격 코미디로 공격한다. 79년 10월 26일 오후, 어느 허름한 이발소라는 한정된 시공이다. 그러나 급박한 현실을 재치있게 뭉뚱그린다.
이발소 주인, 아들인 명문대 좌경화 학생, 그와 사랑에 빠진 면도사, 중앙정보부 요원 등 4명의 배우가 현실과 가상의 무대를 넘나든다. 시간의 주재자는 무대 전면의 시계. 10분 단위로 돌아 가던 시계는 역사가 아수라장으로 치닫는 것과 발맞춰, 미친 듯 돌아 간다. 시계는 10·26에서 노태우정권 등장까지가 엉망이 된 현실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장치다.
4명의 배우는 군데군데 코러스로도 등장, 탈춤 마임 록음악으로 긴급조치 9호 발진 등 현실 정세를 암시한다. 완고하던 아버지가 아들과 면도사의 사랑을 인정하는 것으로 결론. 사랑과 화해의 애정극 형태지만, 「현재 모순의 뿌리는 과거에 있다」는 작·연출자 변영국(38)씨의 현대사 인식이 전편을 지배하고 있다. 3월 28일까지. 화~금 7시 30분, 토·일 4시, 6시 30분. 마당 쎄실. (02)742_8836 장병욱기자 aj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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