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 선생, 당신은 잘못 짚었소. 우리는 충돌하지 않고 만나서 대화하기로 했다오』이탈리아를 방문중인 이란의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1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만난다. 세계 언론은 이를 「문명의 만남」 또는 「문명의 대화」라고 이름붙였다.
이란의 개혁·개방 지도자 하타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서구 기독교문명권과 이슬람문명권의 대결을 예언한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문명충돌론을 반박하며 문명대화론을 주창해왔다. 97년 8월 취임연설에서 그는 『우리는 외부세계와의 관계에 있어 문명간 대화와 데탕트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오스카르 루이지 스칼파로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도 그는 『이란은 어떤 나라와도 적대감을 갖고 있지 않으며, 상호존중과 불간섭을 토대로 한 합리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요구한다』며 신 데탕트시대를 선언했다. 동시에 그는 『인권은 균형잡힌 세계에서만 보장될 수 있다』며 미국 독주의 세계를 경계하며 유엔 등 국제기구의 강화를 강조했다.
98년 1월 미국의 반대를 뿌리치고 쿠바를 방문한데 이어 이슬람과의 화해를 위해 이라크 방문을 구상 중인 교황 역시 화해와 평화를 강조해 왔다. 공산주의를 비난했던 교황은 공산권 붕괴 이후로는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도 경계의 목소리를 높여와 하타미 대통령과 어느 선의 교감을 할지가 주목된다.
교황이 여러 외국어에 능통한 신학자이듯이 하타미 대통령도 영어 독일어 아랍어 페르시아어 등을 구사하는 철학도 출신의 이슬람 성직자이다.
교황이 10억 카톨릭 신자의 수장임은 공지의 사실이지만, 이란이 5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이슬람회의국기구(OIC) 의장국이기 때문에 하타미 대통령도 이슬람의 대표라고 볼 수 있다.
하타미 대통령은 교황과의 만남에 대해 『동과 서, 이슬람과 기독교의 우정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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