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인기있는 화가 중의 한 명인 장욱진이나 이대원의 그림값은 얼마나 될까? 비전문가들에게 유명 화가의 그림은 말그대로 그림일 뿐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시세를 알기는 커녕 작품을 구입해 집에 걸어둘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 그림을 좋아해 화랑을 자주 찾는 사람들도 왠지 주눅들게 하는 화랑 분위기에 선뜻 그림값을 물어보기란 쉽지 않다.폐쇄적이던 우리 그림시장이 경매제도를 통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선봉장은 가나아트센터(대표 이호재). 지난 해 10월부터 아트마켓 경매를 시작, 지금까지 일곱 차례의 경매를 치렀다. 매회 총낙찰가 1억여원 이상(낙찰률 35% 내외)을 기록하고 있는 가나아트센터는 올 2월 별도법인인 (주)서울경매를 설립, 본격적인 경매시스템을 만들었다.
전국화랑들의 권익단체인 한국화랑협회(회장 권상능)도 4월 17일 예술의 전당에서 「아트 갤러리 경매」를 시작한다. 화랑협회는 올해 네차례 경매행사를 계획중.
경매제도의 큰 장점은 작가나 화랑의 일방적이었던 그림값 결정 과정에 소비자들도 직접 참여한다는 점. 때문에 그림값 거품도 빠지고 있다. 올들어 치러진 경매에서 이대원의 「담」(6호)은 700만원, 장욱진의 「시골풍경」(변형2호)은 80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낙찰가의 5.5%를 수수료로 추가부담한다 해도 기존 화랑가에서 형성돼 온 그림값에 비하면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이학준 가나아트센터 경매팀장은 『부르는게 값이었던 그림값이 공식적 과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매겨지고 있다』면서 『작가의 이름도 중요하지만 딱 떨어지는 그림이라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퇴작은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무한경쟁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소비자만 경매제도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IMF체제로 어깨를 움츠렸던 일부 컬렉터(그림소장자)나 작가들은 활발하게 작품위탁에 나서는 등 일단 미술품 유통에 숨통이 트인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 화랑에선 세계적 옥션(경매) 하우스인 소더비나 크리스티도 1년에 봄 가을 두차례 경매를 하는데 , 매월 경매시장을 여는 것은 작가의 의욕을 떨어뜨리며 화랑의 재고품이나 정리하겠다는 의도일 뿐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불안한 신작의 무차별 공급을 막기 위해 화랑협회는 5년 이내, 가나화랑측은 3년 이내 제작된 작품은 경매대상서 제외하고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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