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의원이 대법원판결로 의원직을 잃은 것을 계기로 법원의 늑장판결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9일 홍의원의 선거법위반사건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홍의원이 96년 4·11 총선에서 당선돼 의정활동을 시작한지 2년11개월만이다. 국회의원 임기 4분의 3을 채운 뒤 뒤늦게 의원자격이 없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홍의원의 선거구인 서울 송파갑에서는 6개월안에 재선거를 치러야 하고, 새로 선출되는 국회의원은 「반년짜리」 의원에 그칠 운명이다.
항소심에서 역시 벌금 500만원이 선고돼 12일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있는 국민회의 이기문(인천 계양·강화갑)의원의 경우도 원심이 확정되면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모래시계 검사」 「DJ 저격수」 등으로 불린 홍의원 개인의 행로가 아니다.
선거소송에 대한 법원의 늑장판결은 유권자의 국회의원 선출권이 선거부정으로 침해된 상태를 몇년씩이나 연장하는 중대한 결과를 낳게 된다. 또 당선무효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이 유효하느냐는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선거법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선거가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다.
금품살포를 비롯, 부정행위로 당선된 국회의원은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국회의원 선출권을 침해한 것이고, 따라서 당선이 무효라는 취지다. 이같은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선거부정 여부를 신속하게 가려야 한다.
통합선거법은 1심은 기소된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안에 선거를 마무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97년 3월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들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면서 전에없이 「신속한 재판」을 다짐했다. 그렇게 하고도 2년이나 시간을 끌다가 다음 총선을 앞둔 시점에야 확정판결을 내놓은 것이다.
이때문에 대법원 판결의 권위마저 훼손되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점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홍의원은 대법원 판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면서, 3년간의 의정활동 보고서를 배포했다.
정치인의 행동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유권자들이 혼란을 느끼는 데에는 「늑장판결」이 적잖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법원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의원 임기가 다 끝나가는 마당에 당선무효를 확정한 법원의 직무유기를 어떻게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