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실업배구 4개구단 단장들은 10일 「최후의 오찬」을 가졌다. 최근 자유경쟁에 의한 스카우트를 선언한 삼성화재와 「반(反) 삼성동맹」을 구축한 대한항공 LG화재 현대자동차의 3개구단.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파국으로 치닫던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기자들에 설명하는 자리였다.애당초 「막판 합의」라는 단어는 고려조차 없었다. 최후통첩의 자리였고 자기합리화에 급급한 자리였다. 3개구단 단장들은 『삼성이 스카우트를 추진할 경우 경기를 갖지 않겠다』고 했고 삼성화재는『자유경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결국 예상대로 파국만이 남은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
먼저 논란의 한축인 삼성화재다. 지난해 합의된 드래프트 각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결국 배구판을 파국으로 몰고온 원인제공자다.
「협회의 방침을 따른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참을 수 없는 과욕」이 결국 이 지경을 만든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렇다고 다른 3개팀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가. 이날 단장협의회 간사격인 대한항공 한영식단장은 이런 말을 했다.『운동선수해서 몇억원 받는다면 대한민국에서 운동선수 안할 사람 어디있느냐. 왜 우리가 그들에게 그많은 돈을 들여야 하나』.
지난해 12월, 3개구단은 배구협회가 마련한 드래프트안을 발로 차버렸다. 결국 그것은 삼성화재가 자유경쟁으로 나가는 빌미를 제공했다.
절대선이요, 지상과제인 것처럼 얘기하던 드래프트제를 스스로 차버린 것이다. 이유는 돈문제였다. 「운동선수에게 몇억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철학이 강요한 당연한 결과였다.
「투자는 하기 싫고, 그렇다고 남의 들러리는 되기 싫다」. 3개구단 단장들은 그래서 「합의서」 한장에 서로의 발목을 묶고 잠수하려 하는 것이다. 『내가 성공하지 못할 바엔 다 같이 망하자』라면서.
이동훈기자 dh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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