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9일 울산을 찾았다. 설 직전 속초행에 이은 한달여만의 지방 행사이자 40여일만의 영남권 나들이 인셈이다.이 지역 권기술(權琪述·울주)의원의 당원단합대회를 격려하는 자리로 겉모양새를 갖추었지만 속 알맹이는「경남권 민심다지기」다.
울산은 부산·경남권에서 가장 심각한 탈당 도미노가 일어난 지역. 지난해 9월4일 차수명(車秀明)의원이 국민회의로 당적을 바꾼 것을 시작으로 열흘 뒤에는 이규정(李圭正) 沈完九(심완구)시장이 잇따라 국민회의로 둥지를 옮겼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지역기반이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을 더 이상 지켜 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총재는 이와 관련 『생각했던 것 보다는 지역 민심이 단단하다』며 『탈당한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총재는 이날 행사에서 민심추스리기 외에 또 한가지 목적을 이뤘다. 국민과 직접 얼굴을 마주한 자리에서 현 정권에 대한 강온 양면전략을 적절히 구사한 것. 이총재는 울주군 당원단합대회서 『지난 한해동안 야당은 정부여당의 압박때문에 가시밭길을 걸어왔다』며 정부여당의 「야당 목죄기」를 강도높게 비판 한 뒤 『그러나 정부 여당도 최근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그러나 『이제 대화로 나라일을 풀어나갈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여권이 「큰 정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며 국정을 운영해 나간다면 야당도 적극 협조하겠다』며 여야화해의 손짓도 잊지 않았다.
/울산=최성욱기자 feelchoi@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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