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모든 것은 푸슈킨에게서 나왔다』도스토예프스키의 말처럼 푸슈킨(1799~1837)은 38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그 열정과 고독으로 19세기초 러시아 민중의 삶을 끌어안고 대변한 러시아 국민시인이다. 올해는 그의 탄생 200주년으로 유네스코가 정한 「푸슈킨의 해」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그의 전집과 대표작선집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7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서러워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이발소그림에 새겨진 그의 시구를 기억할 정도로 푸슈킨은 한국인의 정서에도 친숙한 이름이다. 차르 체제 러시아 현실을 비판하여 쓴 시들로 당한 유형, 비밀결사, 경제적 궁핍, 그리고 아내의 연인과의 결투에서 입은 중상으로 사망하기까지 그의 생애는 19세기 러시아의 뜨겁고도 비장한 역사를 체현하며 시와 소설로 응축됐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은 석영중(40) 고려대교수가 6년간에 걸쳐 혼자서 번역한 방대한 전집 「알렉산드르 푸슈킨 문학작품집」을 발간했다. 1,800면에 이르는 분량을 한 권으로 묶은 전문가용과, 6권의 단행본으로 나눈 독자용을 따로 만들었다. 시선집 「잠 안오는 밤에 쓴 시」와 장편서사시집 「청동기마상」, 희곡집 「보리스 고두노프」등 그의 저작이 거의 망라됐다. 석영중교수는 『고전주의적인 엄격함, 낭만주의적 열정, 사실주의적 핍진성이 함께 어우러진 푸슈킨의 작품세계는 21세기를 바라보는 오늘날에도 가장 현대적인 작가보다 더 현대적 면모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솔 출판사는 그의 대표작을 이항재 단국대교수 등 6명의 번역으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서정시와 서사시) 「예브게니 오네긴」(운문소설과 드라마) 「대위의 딸」(소설) 세 권으로 나눠 출간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선임연구원인 세르게이 키발니크가 쓴 「푸슈킨과 동양」은 푸슈킨의 작품이 시공을 달리 하는 20세기말 한국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유를 드러내준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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