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 일행의 방한을 계기로 최근 우리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놓고 증폭돼가던 한미간의 불협화음이 일단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다소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페리조정관은 8일 공항도착성명을 통해 대북포용정책에 관한 「조화로운 팀플레이」를 언급했고 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면담직후의 언론발표문에서도 「포괄적 접근방법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장관은 페리조정관과의 면담을 마치고 『양국간에 이견이 없다는데 놀랐다』며『한미간에 공조를 해야한다는 점과 현재 진행중인 대북포용정책의 판을 깨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홍장관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이른바 부분폭격(Surgical Strike)같은 말은 함부로 사용하는 게 아니다』고 언급하고 『그러나 페리조정관이 보고서에서 북한이 포용정책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2단계 전략을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북한이 궤도를 이탈할 경우에 대비한 「한계선」(Red-line)설정문제와 대책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이견차가 명백히 존재한다는 점을 시인하는 대목이다.
우리정부는 포용정책을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계선 설정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 한반도 냉전체제 종식을 위한 포용정책은 중장기적 차원에서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안되는 상황을 가정한 2단계 조치는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페리조정관은 미의회 다수파인 공화당의 대북강경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2단계 전략을 예비해두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거론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페리조정관이 보고서에서「의도적 무시」또는 「강력한 봉쇄」를 포함한 2단계방책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과 미사일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에서도 시각이 다르다. 우리측은 한반도 냉전체제를 일시에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가 미북수교와 북한체제인정 등「패키지 딜」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1차로 이 문제의 해결를 선결과제로 다루고 싶어한다. 페리조정관의 방한으로 한미간에 대북연대의식은 재차 확보됐지만 이견해소에는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윤승용기자 syyoo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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