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대형 전광판에 각 의원들이 이름이 색색이 아로새겨졌다. 97년5월 설치된 이래 한번도 쓰이지 않아 장식물에 불과했던 전자표결 장치가 최초로 활용되는 「역사적」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이날 전자표결의 대상이 된 법률은 의약분업 연기로 많은 논란을 몰고 왔던 약사법중 개정법률안. 이 법률안도 처음엔 관행에 따라 이의없음을 확인한 뒤 만장일치로 가결될 뻔 했으나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이 반대토론을 하는 바람에 즉석에서 전자표결이 결정됐다. 의약분업 연기에 대해선 반대 소신을 가진 의원이 많은 만큼 『가부를 묻자』는 주장이 제기됐고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도 이때다 싶어 전자표결 실시를 선언한 것.박의장은 자신이 직접 『재석버튼을 누른 뒤 가부 버튼을 눌러 달라』면서『실수했을 때는 취소버튼을 누르고 다시 가부버튼을 누르면 된다』며 친절히 설명까지 했다. 의원들이 재석버튼을 누르자 황색이던 의원들의 한자 이름이 녹색으로 변했다. 가부버튼은 각 의원들이 이름앞에 찬성일 경우 녹색 등이 , 반대일 경우 붉은색 등이 들어오도록 해 찬반을 한눈에 알 아 볼 수 있게 했다. 버튼조작을 하는 의원들은 『국회도 이제 뭔가 달라지겠구나』고 느끼는 표정들이었다. 결과는 재석 211, 찬성 192, 반대 12, 기권 7로 가결이었다. 김홍신의원외에 한나라당 박승국(朴承國)·이미경(李美卿)의원,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 자민련 이상만(李相晩)의원 등이 반대, 이름앞에 붉은색등이 켜졌다.
한편 이날 「IMF환란조사특위」가 제출한 「국정조사결과보고서」의 채택을 둘러싸고 예고됐던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박의장이 이날 마지막 의사일정으로 돼 있던 보고서 상정에 앞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할 움직임을 보이자 직권으로 상정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박의장은 『여야가 논의를 더 해보라』며 합의상정을 촉구했다.
/고태성기자 tsg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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