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의 나라 문학을 하게 되었지만 정말 원하는 건… 그냥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문학평론가인 권택영 경희대영문과교수는 자신의 소설 구절처럼 30여년만에 비로소 「이야기꾼」이 됐다. 국내 여자비평가 그룹의 첫세대로, 97년 김환태평론상을 받기도 한 권씨가 장편소설 「사랑의 의지」(민음사 발행)를 발표했다.주인공 지연은 작가의 분신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의 한 조용한 도시에 유학생으로 온 영문학도 지연은 거창한 이념보다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최준오, 아버지처럼 자신을 감싸주지만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지도교수 찰스, 뜨거운 열정과 악마적 욕망을 가진 토목기사 백현우 세 사람에게서 사랑의 세례를 받는다. 그 사랑의 모색과정을 작가는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백현우가 그리는 지연의 초상, 뒷부분은 최준오가 보여주는 백현우와 지연의 사랑의 파탄, 중간은 지연 자신이 직접 진술하는 중층 구조로 보여준다. 이 구조야말로 평론가로서의 작가가 탐색한 소설의 새 모습일 것이다.
권씨는 『백일장에 나가던 학창시절 이후 오래 꿈꿔오던 소설 쓰기의 꿈을 이제사 이뤘다고 남 앞에 내놓는 게 부끄럽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평론가의 글이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감성적 문체에, 삶과 문학을 성찰하는 깊은 시선으로 독자를 쉼없이 끌고 가는 그의 글은 분명 흔치 않은 소설적 성취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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