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교수=한국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지역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아시아통화기금」을 창설하자는 논의가 있습니다. 이 기구를 통한 금융지원과 엄격한 구조조정 감독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많은데….크로켓 사무총장=개인적으로, 세계금융시장의 원칙과 일치된다면 지역적 금융협의기구 설립에 동의합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은 나라가 구조개혁을 단행한다면 문제될 게 없습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존립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놔두고 금융지원만으로 임시변통을 하려 한다면 문제는 더욱 악화할 것입니다.
지역적 금융조달은 반드시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만 무방합니다. 나는 전세계적인 흐름과 배치된 지역유대만을 위해 뭉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박교수=아시아권 국가가 금융시장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새 금융기구의 설립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지난 1년반 동안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모욕감에서도 연유한 것 같습니다.
크로켓 사무총장=나는 이르면 2~3년 혹은 5년후에 당신들이 어디에 있느냐를 가지고 당신들을 평가할 것입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한국은 이미 튀어오르고 있습니다.
박교수=선진7개국(G-7)의 금융안정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계시지만 서방편중의 국제금융질서가 지속되고 있고 재편 논의조차도 G-7이 주도하는데 대해 중국 등 신흥시장국들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입니다.
크로켓 사무총장=G-7 국가들은 신흥시장국들을 포함시키려고 합니다. 물론 IMF, 세계은행(IBRD), BIS,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포함됩니다.
이 새로운 포럼은 신흥시장국들의 의사반영없이는 성공이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초기단계에 신흥시장국이 참여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박교수=신흥시장국들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크로켓 사무총장=회의 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국이 금융시장안정을 위한 건설적인 조치를 실행하는 것입니다.
물론 캐피탈 펀드의 안정화 방안, 헤지펀드 통제방법, 평가기관 운영방안, 정보제공과 투명성문제 등에 대해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나라입니다.
박교수=현실적으로 한국에서는 금융기관에서 리스크를 관리할 사람이 없습니다. 규제기구에도 적절한 전문가가 없습니다. 5년은 족히 걸릴 것입니다.
크로켓 사무총장=시간은 걸리겠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나는 한국처럼 높은 교육제도와 재능있는 국민을 가진 나라는 상대적으로 빨리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약 5년은 걸릴 것입니다. 낮은 기준에 만족하기보다 높은 기준을 정착시키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교수=국제금융사회에서 5년씩이나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크로켓 사무총장=회계기준으로 예를 들어봅시다. 아시다시피 그간 부실채권에 대한 회계기준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최소 자기자본비율은 8%입니다.
신흥시장도 8%이상을 맞추어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 8%만 갖춘 은행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선진국의 경우도 8%를 휠씬 상회하는 데 한국의 경우는….
박교수=한국에서의 목표는 10~13%입니다.
크로켓 사무총장=이미 결정된 것이라면 나는 논의하지 않겠습니다. 한국의 은행들이 그 정도를 준수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닙니다. 뉴욕의 은행들은 12~18%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교수=그것은 시장의 요구에 따른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회계기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준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맞출만한 충분한 회계능력이 아직 미흡합니다.
크로켓 사무총장=전문협회나 서비스회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외부의 개발과 교육을 도입한다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20년전에 20만톤의 배를 1년반만에 만들어 낸 한국인들이라면 가능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어떤 문화를 건설하는 것은 수년이 걸립니다. 그러나 지금있는 자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박교수=한국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크로켓 사무총장=금리와 환율이 안정됐습니다. 금융시스템이 자신감을 회복했고 실물경제도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한국은 금융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중 선도국가입니다. 올해의 전망도 밝습니다.
박교수=금융위기 극복과정에 대규모 외환유입은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단기자금금리가 4%대인데….
크로켓 사무총장=국내 경기회복을 위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이자율을 떨어뜨리고 일정단계에 이르면 외환유입에 신중한 통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자본의 흐름을 관리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냐 경쟁력 상실이냐의 선택이라 매우 어려운 결정입니다.
박교수=금융위기 발생후 1년동안 한국에는 대규모 외화가 들어왔습니다. 신중한 통제방안을 조언하신다면….
크로켓 사무총장=자본유입은 신중하게 통제해야 합니다. 상황이 정반대로 변해 자본이 탄력적으로 나갈 수 있는 은행제도를 갖춘 다음의 신중한 통제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리=이평수기자 py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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