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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대통령 연구'에 대한 비판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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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대통령 연구'에 대한 비판적 평가

입력
1999.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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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함성득교수 '대통령학' -학문의 관심과 대중적인 관심은 꼭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중적인 관심이 있는 분야에는 반드시 그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가 있게 마련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돈나가 미국 대학에서 강의되고, 서태지 신드롬을 가요적 측면이 아닌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보려는 시도 등이다.

「대통령학」은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용어. 하지만 정치학계에서는 전혀 생경한 학문은 아니다. 정치외교학과에서 의회나 정당의 영향력에 초점을 맞춰 「의회발전론」을 가르치듯이 대통령학은 대통령이 정치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밝히고 가르치는 학문이다. 대통령이라는 인물이 갖는 영향력이나 대중의 관심에 비춰보자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학은 「독립적이고 강한 지도자상」을 강조하는 미국에서 발달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사이먼톤은 40여 년에 걸친 미국 대통령 평가를 토대로 87년 「 1.10+0.15×집권기간(연수)+0.21×전쟁기간(연수) 1.44×스캔들(회수)+0.73×암살(0 또는 1)+0.87×전쟁영웅+0.26×지적능력(0 또는 1)+e(오차)」라는 「대통령의 위대성 모델」 도출을 위한 회귀방정식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돼 차츰 저변을 넓혀 가고 있다. 최근까지 「대통령론:지도자의 개성과 유형」(구광모 지음·고려원)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김충남 지음·둥지) 「대통령학」(최평길 지음·박영사) 등 관련 단행본도 여러 권 나왔다. 97년에는 고려대가 「대통령학」이라는 정식 교과목을 개설하기도 했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행정학과)교수가 최근 펴낸 「대통령학」(나남출판)은 국내의 이런 대통령 관련 연구와 성과를 평가한 책. 함교수는 그동안 국내의 대통령 연구들이 대통령 개인 또는 심리학적 특성에 치우치거나 학문적이기보다 신문·잡지 기사를 통한 흥미 유발, 자서전을 통한 홍보효과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초점을 청와대 조직과 참모진 구성, 비서실장의 중요성, 각 정책결정과정에서 대통령의 역할 등 제도적이고 조직적인 요인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좋은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출하는 과정 뿐 아니라 선출된 뒤 정부 구성을 어떻게 했는가, 취임 후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했는가, 임기를 마친 다음 어떤 사회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냈는가 하는 문제까지 검토해야 올바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봤다.

역대 대통령을 이런 기준으로 비교한 함교수는 현 정권이 좋은 업적을 낳기 위해 갖춰야 할 점에 대한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국정운용의 결정을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에 내맡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소수의 구체적인 국정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그 가운데 일부. 대통령학은 대통령 권한이 마땅히 견제받아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 눈여겨 볼만한 학문적 주제임에 틀림없다.

나남출판은 「나남 대통령학 총서」시리즈를 마련해 「청와대 비서실의 조직과 변천」 「대통령의 정책 결정」 「대통령과 예산」 「대통령과 관료제」 「비서실장론」 등을 계속 출간할 예정이다.

/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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