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던진 중·대선거구제의 돌이 한나라당 내부에 겹겹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중·대선거구제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정략적 책동」으로 몰아부치며 조기진화를 시도했다. 『내각제를 둘러싼 여여갈등을 덮으려는 미봉책이자 정치인과 국민의 관심을 선거구제로 돌리기 위한 간계』라는 것. 여기에는 물론 역공을 통해 당내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가 깔려있다.여권은 일단 치고 빠진 상태다. 한나라당은 정당명부제가 벽에 부닥치자 내놓은 애드벌룬형 카드인만큼 물러서서 상황전개를 지켜보겠다는 속셈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때문에 외견상 이슈 자체가 수면하로 가라앉는 양상이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한나라당의 속내는 대단히 시끄럽고 복잡하다. 8일 한국일보가 실시한 한나라당 의원 대상 전화여론조사 결과 3선이상 의원은 수도권의 경우 72.2%가, 영남권은 50.0%가 중·대선거구제를 찬성했다. 초·재선은 수도권의 55.0%가, 영남권의 36.4%가 중·대선거구제를 찬성했다. 이는 영남권 초·재선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대다수(혹은 다수)가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이회창(李會昌)총재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대목은 한나라당의 주 지역기반인 영남권과, 자신을 떠받치는 중심세력인 수도권 초·재선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비주류 계파보스들과 다선중진 의원들은 압도적 다수가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고 있다. 이총재의 선택이 소선거구제 고수로 기울어질 경우 한바탕 회오리 바람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나 저제나 대각 세우기의 고리를 찾고 있는 비주류로선 장(場)을 벌일 수 있는 호재다.
이총재측이 『내각제 문제가 정리된 이후에나 거론될 성질의 사안』이라며 선거구제에 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는 것은 이런 형편을 감안한 「무위(無爲)전략」이다. 그러나 선거구제 화두는 내각제 논의와 상관없이 자신의 추동력만으로도 굴러갈 태세여서 이래저래 내부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희곤기자 hgh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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