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의 당적이탈 약속이 생생하게 떠오르는데…』요즘 한창 진행되는 국회법 개정협상에서 여야3당은 의장의 당적보유 금지는 16대국회부터 시행키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집안 식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자민련의 주문이 먹혀 들고 있는 것이다. 박준규(朴浚圭)의장의 「공약(公約)」은 결국 「공약(空約)」이 될 것 같다는 성급한 진단마저 나온다.
지난해 5월20일. 3당총무는 회담을 끝낸 뒤 『의장의 당적보유 금지 등 국회법 개정은 조속한 시일내에 완료한다』고 발표, 차기 의장의 당적 이탈을 못박았다. 이어 의장 후보로 나선 박의원도 공·사석에서 『당선되면 공정한 국회운영을 위해 당적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박의원은 지난해 8월초 의장경선에서 149표를 얻어 한나라당 오세응(吳世應)후보를 10표 차로 눌렀다. 여소야대 상황이었으므로 일부 야당의원도 박의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3당 소속인 박의장의 승리에는 「무소속 의장」약속이 한몫을 했다는게 정설이다.
박의장은 당선 직후 『국회법 개정과 관계없이 조만간 탈당하겠다』며 공약준수를 거듭 다짐했다. 하지만 의장경선이 끝난 뒤 자민련의 생각이 달라졌다. 김종필(金鍾泌)총리는 지난 가을 『박의장이 가끔 가슴이 뜨끔뜨끔한 소리를 하는데 이제는 생각을 고쳐주었으면 한다』고 탈당을 만류했다. 자민련은 요즘 『의장 당적이탈 명문화는 외국에도 거의 선례가 없다』고 주장한다. 박의장측은 당적이탈 문제에 대해 『일단 국회법 개정 논의를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말끝을 흐리고 있다.
자민련은 유독 「신의」 「약속」 등의 말을 즐겨 쓰는 정당이다. 8일에는 내각제 약속이 담긴 「DJP 대선합의문」5만부를 만들어 각 지구당에 뿌렸다. 약속이행 문제에 대한 자민련의 이중 잣대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입법부 수장의 거취 약속에는 굳이 내세울 「사정 변경론」도 없다. 자민련이 못한다면 박의장이라도 결단을 내려야하지 않을까.
/김광덕기자 kd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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