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내 일부 구청에서 기술직 몫이었던 건설, 도시관리국장에 행정직을 앉히는 사례가 잇따르자 서울시 기술직 공무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25개 구청의 건설,도시관리국장중 기술직은 60%(30명)뿐으로 40%가 행정직이 차지, 기술직공무원의 사기저하는 물론 건설및 도시계획행정의 부실화를 초래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K구청은 1월 기술직 전임국장의 정년퇴직으로 자리가 빈 건설교통국장에 총무과장을 지낸 K씨를 승진, 임명했다. 앞서 또다른 K구청도 지난해11월 명예퇴직한 기술직 도시관리국장 자리에 행정직인 C서기관을 전보인사하는등 행정직의 기술직국장 진출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따라 구청고위직의 기술직 진출 입지는 갈수록 좁아져 25개 구청의 국장(4급)이상 간부자리(175개)중 기술직은 17%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술직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은 구청장들이 타당한 이유없이 외부청탁과 선거의 논공행상을 위해 행정직을 「발탁」하기 때문이라고 기술직들은 주장하고 있다. 구청 인사는 구청장이 전권을 갖고 있는데다, 이들 자리는 행정·기술서기관(4급) 복수직이어서 행정직을 임명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기술직 공무원들은 그렇잖아도 숫적인 열세로 인사에서 푸대접을 받아왔다고 여기는 터라 불만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한 구청의 기술직 과장은 『구청 국장 자리중 기술직이 갈 수 있는 곳이 이들 두 자리뿐인데 이마저 행정직을 줄줄이 앉히면 기술직은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항변했다. 또다른 구청의 국장은 『건설·도시관리는 전문지식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경력관리차원에서 잠시 거쳐가는 자리로 여기는 행정직들이 업무를 제대로 볼 리 있겠느냐』면서 『결국 기술행정의 질 저하로 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서울시는 최근 각 구청에 「기술직이 물러난 자리에는 되도록 기술직을 임명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띄웠다. 또 기술직의 「대부」격인 김학재(金學載)행정2부시장은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기술직 사무관들을 단체면담해 다독이고, 몇몇 구청장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직들은 이번 기회에 부구청장 자격을 행정이사관(2급)과 부이사관(3급)으로 못박는 등 대다수 간부직에 기술직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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