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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1세기형 춘향과 몽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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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1세기형 춘향과 몽룡은?

입력
1999.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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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춘향과 몽룡은? 임권택 감독은 이렇게 정의했다. 먼저 춘향. 『기생다운 자태가 있어야 한다. 섹스 어필에, 글도 했다니까 지성적 분위기도 갖춰야 한다. 자기를 지키고, 권력의 횡포(변사또)에 당당히 맞서는 당찬 면모도 있어야 한다』다음 이몽룡. 『귀공자 답고, 양반가의 온실에서만 자란 청년이 아니다. 광한루에서 춘향을 보고 그날로 첫날 밤을 보내는 적극적이고 자유분방한 성격. 그러면서도 아주 잘 생긴 얼굴보다 개성이 있고 심지가 굳은 젊은이』 한마디로 「신세대」면서, 고아하고 기품있는 모습이란 얘기다.

그 기준으로 임권택 감독은 내년 설에 개봉할 97번째 작품 「춘향뎐」의 주인공 조승우와 이효정을 선택했다. 조승우는 열 여덟의 단국대 연극영화학과 2년생, 1,200명의 경쟁을 뚫고 춘향이 된 이효정은 방년 열여섯의 고교 1년생(서울 정신여고)이다. 역대 춘향 중 가장 어리다. CF모델(존슨즈 베이비 로션)출신인 이효정은 『너무 어려서 안될 줄 알았다. 우는 연기를 예쁘게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목소리와 행동이 어린아이 같다. 춘향전을 읽거나 영화·드라마로 본 적이 없다. 그저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정도로 알고 있다. 그래도 말은 당차다. 『장미희 언니처럼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그의 얼굴에 대해 말이 많다. 김혜수, 김희선 등 역대 춘향들과는 이미지가 다르다. 임감독은 역대 춘향들이 대체로 「서구적」얼굴이었다고 말한다. 이효정은 언뜻 보면 평범하다. 완전한 동양적 얼굴도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고전적 미인형보다는 친근한 얼굴, 자연스런 얼굴이다. 임감독은 거기서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았다. 『눈매가 보통이 아니다. 이제 맹훈련만 남았다』고 임감독은 말했다. 새 얼굴을 찾은 이유는 『열두번이나 영화에 나온 춘향과 달리하기 위해』라고.

/이대현 기자 leedh@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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