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립후 48번째 정부조직 개편이 추진되면서 예산권과 정책조정권의 향배가 관심이다. 금융을 포함해 경제정책의 3대 축인 이들 권한은 정권의 부침에 따라 통합과 분산의 산고를 겪었고 그때마다 정책의 운영방식이 달라졌다.8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초대 이승만(李承晩)정부의 경우 예산권은 재무부 몫이었다. 금융과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세제·세정)도 마찬가지. 당시 기획처가 상징적인 정책 조정권을 가졌다. 기획처는 55년 역할 제고차원에서 부흥부로 확대 개편됐으나 예산권이 없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실제 「개발연대」의 상징으로 불리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은 부흥부시절 입안됐으나 예산권 부재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예산권과 정책조정권이 한 부로 모아진 것은 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그해 6월 부흥부를 폐지하고, 경제기획원을 신설하면서 예산권을 부여했다. 금융이나 세입업무는 재무부가 맡았으나 예산권을 쥔 기획원이 경제부처의 맏형으로서 부처간 정책을 조율했다. 기획원이 경제개발 5개년계획 등 국가주도형 경제를 운영하며 고도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예산권과 정책조정권을 모두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대내외적 경제환경이 급변하는 국제화·개방화시대를 맞아 이같은 계획경제가 부적절해지자 기획원의 무용론 또는 통폐합론이 고개를 들었다. 급기야 기획원은 문민정부시절인 94년말 재무부와 함께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다. 경제 3권을 쥔 재경원은 그러나 조직이 너무 비대해지면서 효율적인 정책조정보다는 부처들로부터 반발을 사 환란(換亂)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재경원은 이로 인해 새정부들어 재경부로 축소개편됐고, 금융과 예산을 사실상 금융감독위원회와 기획예산위원회에 넘겨준 채 힘없는 정책조정권을 갖게 됐다.
한편 미국은 대통령직속으로 예산관리처(OMB)를 두고 있으나 의회가 상설위원회를 가동하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 OMB는 정부내 예산배분 정도의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대장성이 예산과 세입권을 갖고 있다.
/정희경기자 hkjung @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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