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 도입문제가 정가의 현안으로 부풀어오르자,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일제히 「바람 빼기」에 나섰다.박지원(朴智元)청와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의 발언에 대해 『원론적인 얘기』라며 『중·대선거구 도입을 바라는 정당도 있기 때문에 이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도 이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를 마친 뒤『정부 여당의 입장은 소선구제·정당명부제 도입』이라며 당론불변의 입장을 확인했다. 김수석의 발언은 하루만에 개인적인 견해로 격하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소신」도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해 지역연합을 통한 정계개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김대통령은 계보정치의 심화 등 페해를 지적하며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김대통령은 『영국 독일 일본 등 민주주의를 잘하는 나라는 모두 소선거구제』라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은 여권에서 또 한번의 혼선이 빚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이런 혼선 때문에 김수석을 질책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김수석은 도리어 이날도 『김종필(金鍾泌)총리도 중·대선거구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며 문제의 불씨를 살려 놓았다. 「중·대선거구」가 여권내에서 만만찮은 지지세력을 업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여야협상의 추이에 따라서는 선거구제에 대한 여권의 입장이 다시 한번 「U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유승우기자 swyo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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