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면서 미국인들과 일을 같이 하다보니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을 의외로 빠르게 접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박찬호와 박세리선수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작년의 일이다. 친하게 지내는 직장 동료중 하나가 내게 오더니 이런 말을 했다.『네 고향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창피하고 억눌린 역사만 겪었는지 올림픽도 아니고 국가대항 경기도 아닌 일개 프로야구, 프로골프경기에서 그렇게 국기를 흔들고 소리를 지르면서 한국출신 선수들을 응원하다니 말이다』
또한 일본인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한국인들도 무척 국수주의적인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 말을 듣고보니 한국에서 발행되는 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때마다 「자랑스런 대한의 딸」이니, 아니면 「한국인의 우수성을 미국에 알린 박찬호」 등등 마치 올림픽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사제목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자기만족과 과시욕에 물들어 있는 고위인사들의 압력과 어렵게 태어난 세계수준의 선수를 아낄줄 모르는 언론들의 무지함으로 인해 박세리선수가 몸져누워 버린날, 그 기사를 읽고 자칭 박세리팬이라고 말하는 직장 동료가 흥분하면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박세리를 병원에 입원하게 만들다니, 네 고향사람들 참 한심하다. 이게 선수를 사랑하는거냐?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죽이는 것이지. 정말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한다면 고향을 방문할 때 쉴 수 있도록 편하게 해줘야지. 여기 같으면 운동선수에게 압력을 넣어서 골프를 치려하는 무식한 정치인은 당장 옷을 벗겨버릴텐테…』
남나리양이 얼마전 한국에 도착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한국인일지 몰라도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이다.
즉 그녀는 미국의 피겨스케이팅선수라는 말이다. 자국의 스포츠 스타가 다른 나라에 가서 몸져 눕는 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세리양에게서와 같은 불상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바란다. 이재환·인터넷한국일보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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