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마후라, 모 탤런트의 음란 CD롬, 그리고 남성들의 정력 식품에 대한 이상과열.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성에 대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등장한 구성애의 「아우성」선풍으로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고조했다. 밀실의 성을 공개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TV 방송의 노력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EBS가 3월 프로 개편으로 6일 첫 방영한 청소년 대상의 「알고 싶은 성, 아름다운 성」은 건강한 성지식을 제공하고 올바른 성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것이 기획의도. 하지만 첫 회는 과연 이같은 의도를 살릴 수 있을 지 의문스러웠다.
「알고 싶은…」은 개그맨 김미화와 탤런트 정태우 공동진행으로 한 사례를 놓고 네 명의 출연 학생과 전문가의 의견, 그리고 일반 남녀 학생들의 견해를 듣는 것으로 전개된다. 첫 회 주제는 여학생과 성관계를 한 남자 고등학생 중심으로 본 청소년 섹스에 관한 것.
성교육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을 『매우 특별한』 『극히 소수』 『예외적인』 것이라고 단정, 엄청난 죄악이라도 저지른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 말에 과연 청소년들이 공감할 만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지 의구심도 든다.
또한 아름답고 떳떳한 성을 기치로 내건 프로에서 사회자 등 출연자들은 성에 대해 부끄러움을 오히려 조장하는 듯한 인상. 사회자는 말하기가 쑥스러운듯 「성관계」 「섹스」 라는 용어를 생략한 채 단지 『한다』 『한다고 봐』 라는 말로 일관, 중간에 시청하는 사람은 무얼 말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성교육 프로그램은 올바른 용어 사용이 필수적이 아닐까?
또한 대안제시 미흡도 개선해야 할 점. 고교 교사가 전문가로 나와 제시한 대안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무조건 참아라』식. 청소년들은 성에 관한 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대안을 원하고 있다.
이같은 몇가지 문제점을 제외한다면 EBS의 「알고 싶은 성…」은 의미있는 출발이다. 다른 방송사가 시청률을 의식해 외면한 중고생 대상의 유일한 성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
/배국남기자 knba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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