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 회장의 부친 유골을 훔친 희대의 절도 사건은 귀금속 등 부장품(副葬品)을 노린 어처구니없는 범행으로 밝혀졌다.경찰은 8일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정금용(鄭金溶·38·무직·대전 대덕구 오정동)씨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전날 검거한 공범 임종순(任鍾淳·34·다방업·대덕구 오정동)씨와 함께 「사체등 영득(領得)의 죄」와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범인들의 대질 신문과 행적조사를 통해 정확한 범행동기와 추가공범 여부, 여죄등을 조사중이다.
경찰은 이날 낮 12시20분께 정씨가 충남경찰청 허모(40)경사에게 자수의사를 밝힌 지 20분 뒤 대전 중구 중촌동 A음식점에서 정씨를 검거했다. 정씨는 경찰에서 『빚으로 고민하던 중 몇년전 롯데그룹 회장 가족 묘소에 금은 보화가 묻혀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일을 저질렀다』며 『관에 보물이 없어 얼떨결에 유골일부를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내가 5차례 협박전화를 했으며 다른 공범은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 야채 중개상을 했던 정씨는 범행 동기와 관련, 『지난해 11월 밭떼기 거래로 진 빚 4,000여만원을 고민하다 임씨도 8,000만원의 빚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같이 범행을 모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롯데그룹이나 신회장 일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정씨는 그동안 대전 시내 여관과 인근 식장산등에서 숨어지냈으며 범행뒤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결심, 실제로 극약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대전 동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넘겨받은 협박전화 녹음테이프를 정씨 주변인물 2명에게 확인한 결과, 정씨의 목소리라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씨의 음성을 녹취, 국과수에 성문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또 이들외에 추가 공범자가 있는 지, 다른 재벌집안 묘지도 도굴했는 지 등에 대해 계속 수사키로 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ankookilbo.co.kr
윤순환기자 shyoo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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