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가 정치권의 새로운 현안으로 부상했다. 청와대측의 긍정적 신호가 그 계기다. 여야 안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대선거구제 도입론이 제기돼 왔다. 선거구제도는 여야 및 개별 의원들의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 따라서 내달부터 선거제도 개혁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정치권은 선거구제의 변경문제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를게 확실하다.청와대·국민회의 중·대선거구제 문제에 대해 청와대측은 『문제제기의 배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쪽이었던데 반해 국민회의측은 『금시초문으로 좀 더 알아봐야겠다』며 유보적.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민과의 TV대화에서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어떤 제도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선구제·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이에비해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당에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도 청와대의 기류변화 여부에 관심을 표시했다. 한화갑(韓和甲)총무는 『김대통령의 뜻은 아직도 소선거구제가 아니냐』고 상기시켰다. /신효섭기자 hsshin@hankookilbo.co.kr
한나라당은 중·대선거구제가 화두로 등장한데 대해 경계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여권의 기본저의가 「한나라당 내분 도모」에 있다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정당명부제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본 여권이 그와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라는 당의정(糖衣錠)을 대안으로 제시, 한나라당 깨기를 시도한다고 하는 시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역과 선수(選數) 등에 따라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힌 사안이어서 섣부른 공식대응은 삼가고 있다. 무엇보다 현 소선거구제로 당선을 자신하는 영남권 의원들과, 지금의 구도대로 선거를 치를 경우 고전이 불가피한 수도권 의원들의 생각이 다르다. 게다가 다선중진의원들은 총재의 공천권 남용을, 초·재선은 지명도 열세를 우려하는 등 속갈피가 사뭇 복잡하다. /홍희곤기자 hghong@hankookilbo.co.kr
자민련에선 환영과 반대의 목소리 크기가 비슷하다. 충청권 소장파들은 대체로 현행 소선거구제를 선호하고 있다. 지역구 공천에서 기득권을 지키는데 유리하다는 계산때문. 반면 수도권 등 비충청권 인사들은 중·대선거구제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소선거구제에선 자민련 간판으로 금배지를 따내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지도부는 내년 총선의 이해득실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대다수 중진들은 『내각제를 전제로 한다면 중·대선거구제도 신중히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민련은 그러나 여권핵심부에서 갑자기 중·대선거구제를 꺼낸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고있다.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은 『권력구조를 먼저 매듭지은 뒤 선거제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덕기자 kd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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