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는 「허튼 가락」이라는 말뜻과 달리 짜임새가 탄탄한 음악이다. 아주 느린 진양조로 시작해 차츰 빨라져서 자진모리로 몰아닫기까지 쉼없이 흘러가는 산조 한바탕을 듣노라면 굽이굽이 소릿길이 우리네 삶과 참 닮았구나 싶다. 해금연주자 박정실(49)씨는 『삼라만상과 희로애락이 거기에 모두 들어있다. 그것이 산조의 힘』이라고 말한다.그가 해금산조 전바탕 음반을 내고 기념독주회를 연다. 「박정실 해금산조 유람」CD는 지영희류, 한범수류, 서용석류, 김영재류 네 유파를 담고있다. 무대는 같은 이름으로 9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다. 한 사람이 해금산조 전바탕을 섭렵하고 음반과 무대로 알리기는 처음이다.
흔히 산조를 일러 「민속악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한다. 평생 한 가지 산조에만 매달려도 제대로 연주하기 어렵다. 하물며 전바탕이랴. 힘든 작업을 해낸 박씨에게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박씨는 유파별 특징을 살리고 해금의 악기 특성에 맞게 연주하겠다고 말한다. 『지영희류는 경제(서울경기지방 가락)가 바탕이라, 같은 계면조라도 남도계면처럼 애간장녹게 절절하지 않아요. 그걸 짙게 뽑아내면 안되지요. 경제는 경제답게 해야지. 한범수류·서용석류에는 대금이나 아쟁 가락이 많아요.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해금에 맞게 짠 것이니까, 아쟁 흉내·대금 흉내를 내선 곤란하지요. 저는 해금의 독특한 맛을 살려 연주할 겁니다』
일명 깡깡이로 불리는 해금. 달랑 두 개 뿐인 줄을 활로 문질러 온갖 소리를 낸다. 귀신 곡하는 소리, 익살, 흐느낌, 즐거움 등 해금이 빚어내는 표정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같은 해금산조라도 유파마다 맛이 다르다. 지영희류는 경쾌하고, 한범수류는 담백하고, 서용석류는 슬픈듯한 계면조가 많고, 김영재류는 다채롭다. 이번 무대는 해금 연주사상 최초의 전바탕 연주회. 해금산조의 모든 것을 박씨가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 (02)580_3333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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